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련 Nov 18. 2024

종방연의 단상

7년 전, 첫 드라마의 종방연에 갔다가 이런 생각을 했다. 이거 완전 <빅 피쉬> 엔딩이잖아? 장례식 장면이었다. 에드워드의 기상천외한 이야기 등장인물들이 다시 나와 그의 장례식에 참석한다. 꽃으로 뒤덮인 그관을 바라보고 저마다 웃으며 그와추억을 나눈다. 눈물 나게 밝은 장례식이었다.


최근 또 한 편의 드라마를 떠나보내며 종방연에 참석했다. 여전히 종방연 날이 되면 영화 속 그 장면이 떠오른다. 배우부터 스탭까지 이야기 속 등장인물 모두가 한 자리에 속속 도착한다. 풀어진 얼굴로 지난 시간들을 곱씹는다. 사전 제작 시스템이 보편화되며 촬영만 끝났지 아직 방송이 종료된 것은 아니지만 그럴듯하게 부를 다른 이름이 없어 여전히 '종방'연이라고 부르는 이 행사에서, 정확히 같은 조합으로는 앞으로 영영 만날 없는 사람들과, 그럼에도 여전히 멋진 나중을 기약한다.


좋았던 것은 떠들썩하게 기억된다. 힘들었던 것은 농담이 되어 작아진다. 유난히 금방 타버리는 고기 앞에서 저마다 배를 채우기보다는 부지런히 잔을 부딪히고, 어쩌면 서로 마지막이 될 한 마디를 나눈다.


떠들썩한 열기 속에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하나의 의식을 치르는 중이다. 그 모든 좋았던, 나빴던 혹은 복잡했던 시간들을 큰 보자기에 한 데 모아 잘 감싸고 마지막으로 리본까지 묶어 보내준다.


작별의 시간이 공식 행사로 존재한다는 건 여전히 황송하다. 우리 삶 속 대부분의 일들에서 더할 나위 없이 깔끔한 마무리란 건 사치에 불과하니까. 이 업의 낭만은 사실 이런 작은 순간들에 깃들어 있다. 그 안에 뭐가 있었든 나중에 들여다보면 남은 것은 예쁘게 매듭지어진 꾸러미 한 개다.

작가의 이전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