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번째 파리

by 수련

휴가를 맞아 프랑스 파리에 와있다. 11년 만에 다시 온 겨울의 파리는 처음 온 듯 낯설다. 이전 여행의 기억이 거의 없어서 매일 놀라고 있다. 세월이 지나 다소 희미해진 기억 정도라고 하기에는 내가 지금 이 장소를 이전에도 왔었는지 오지 않았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다.


이 궁전이 그 궁전인지 이 성당이 그 성당인지 이 묘지가 그 묘지인지, 실제로 안에 들어갔다 나와서도 안갯속이다. 며칠 전 베르사유 궁전 구석구석을 다 보고도, 오늘 페레 라세즈에서 두 시간이나 걷고도 혼란스러웠다. 이번이 첫 방문이 맞는 걸까? 분명 그때도 사방에서 올려다봤을 에펠탑의 크기에 오늘도 새삼스레 깜짝 놀란다.


내가 온 것이 맞는데 남에게 전해 듣는 것보다도 정보값이 없다. 여행 전에 미리 그때 찍은 사진들을 보며 복습할 부지런함이 없기도 했지만, 그때의 내가 진짜 나 맞나 싶기도 하다.


인간의 세포는 7년이 지나면 모두 교체되어 이전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번 여행을 하며 그 문장이 자주 떠올랐다. (팩트 체크를 해보니 칼럼 등에서 종종 인용되나 과학적으로 완전히 정확한 사실은 아닌 듯하다.)


반드시 생물학적으로 접근하지 않더라도 어쩌면 인간은 매일 조금씩 일부 조각의 개보수를 거치고, 그런 시간이 계속되다 보면 어느 순간 완전히 새롭게 바뀌어 전혀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닐까? 몇 년이 지난 후에는 이전의 내가 거의 남아있지 않 거다.


그러니 어찌 보면 이번 여행은 내게 두 번째 파리이자 첫 번째 파리이다. 몇 년 후 또다시 첫 파리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새삼스레 놀라고 기억하고 그러다 이내 잊으며 새로 태어나는 세포들과 함께 걷고 또 걷는다. 부디 다음번엔 더욱 튼튼한 조각들 채워지길 바라며.

작가의 이전글또다시 새해를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