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일의 일기
12월이다. 천성이 쉽게 기대하고 금방 실망하는 나에게 12월은 조금 복잡한 마음이 드는 달이다. 올해가 끝나간다는 것이 쓸쓸하지만 동시에 시간이 빨리 가기를 바란다. 돌아오는 새해가 기대된다. 얼른 다 리셋하고 새로운 한 해로 건너가고 싶다. 모든 게 새로워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기대-실망-기대-실망이 이어지는 청기 백기 게임에서 어쨌거나 가장 마지막만 실망이 아니면 성공이다.
올 겨울 처음으로 스타벅스 프리퀀시를 다 모았다. 다이어리가 갖고 싶었다. 요즘 들어 지난 2019년이 부쩍 자주 생각났다. 고민하고 괴로워하면서도 처음으로 꾸준히 쓴 해였는데 돌아보면 그때처럼 매일이 의미 있었던 해는 별로 없는 것 같다. 그 한 페이지가 하루의 유일한 수확인 날이 많았지만 그래도 집요하게 쓰던 때. 엎질러진 감정의 얼룩들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때의 문장들이 예상치 못한 길들을 열어 주었다. 지금 여기의 나는 그때의 나에게 빚을 지고 있다.
돌아오는 2025년은 오랜만에 그렇게 잘 보내고 싶은 한 해이다. 준비하고 생각해야 하는 해. 시간은 늘 같은 속도 같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지만 애써 다이어리를 장만하고 다짐을 하며 구획을 나누어 어떻게든 새로운 쪽으로 나아가고 싶다. 또다시 실망하고 깨지더라도 매일을 귀중히 여기며 살다 보면 뭔가 예상치 못했던 것이 돌아오더라고. 이런 비장함도 12월에는 다 용서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