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간의 프랑스 파리 여행 마지막 밤이다. 한 곳에 열흘 이상을 머물다 보면 초장에 정신을 쏙 빼놓는 낯설고 반짝이는 것들 너머로 어느샌가 그곳에 발붙여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이 조금 엿보이는데, 이번 여행에서 유독 인상적이었던 목격은 이 도시가 도무지 효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는 점이었다.
일단 많은 식당들이 하루에 대여섯 시간밖에 영업을 안 했다. 11-13시 점심 장사, 그리고 길고 긴 브레이크 타임 후 19-22시 저녁 장사, 같은 식이었다. 출출한데 이른 저녁을 좀 먹어볼까 지도를 켜면 대부분의 식당은 브레이크 타임을 갖고 있었다.
게다가 어딜 가나 내 생각 보다 더 많은 직원이 있었다. 직원 한 명이 바삐 돌아다니기도 좁을 것 같은 동네 작은 카페 카운터에도, 빵 안에 이미 조리된 재료들을 넣어주기만 하면 되는 패스트푸드 케밥 가게에도, 우리나라 같으면 아르바이트생 한 명으로 충분히 돌릴 법한 가게들에 늘 두 명 이상의 직원들이 상주해 있었다. 다수의 한산한 레스토랑은 손님 보다 직원이 더 많았고 그럼에도 대체로 음식은 느긋하게 나왔다.
그러니까 내 상식으로는 어차피 지불하는 임대료는 같을 텐데 하루에 5시간 장사해 가지고 가게 주인이 먹고살 수나 있는 거냔 말이다! 게다가 이렇게 많은 직원들을 두고 회전율이 이렇게 낮으면 어쩌자는 거람... 까지 생각을 하다가 이내 정신을 차린다.
사장 같은 건 될 기미도 의지도 없는 내가 얼굴도 모르는 사업체의 사장들에게 이렇게도 쉽게 감정 이입을 하는 걸 보면 ‘저비용 고효율’의 나라에서 온 티를 내는 셈이다. 어쩌면 인상적이었던 건 자꾸만 그런 식으로 생각하게 되는 나를 발견해서였는지도 모른다.
처음 묵었던 호텔 바로 뒤에는 과일 가게와 빵집, 카페, 슈퍼가 줄지어 있는 골목이 있었다. 해질 무렵이면 퇴근 후 장을 보는 사람들로 활기를 띄었다. 갓 나온 따끈한 바게트를 사서 집으로 가는 사람들을 보며 그런 여유를 부러워했더랬다.
언제나 턱끝까지 숨이 찰 때까지 일하고 퇴근 후 지쳐서 정신없이 자는 삶이 기본이 아니고, 어느 나라에서는 두세 명이 하고 있는 일을 한 명이하고 있다는 감각을 벼리는 일. ‘상식적으로’라는 말이 입버릇처럼 나올 때가 있는데, 그 상식이 만고불변의 진리가 아니며 나를 이루는 세계는 언제고 붕괴될 수 있는 토대 위에 있다는 것을 상기하는 일.
가게에서 식사를 마친 후, 맛있게 먹었냐는 점원의 인사는 영수증 좀 달라는 내 말과 종종 겹치곤 했다. 어느 나라에서는 맛있는 음식과 즐거운 식사가 빨리 계산하고 나가 주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는 일.
그런 깨어짐 혹은 확장이 여전히 여행이 주는 고마운 지점이라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