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낙. 몸담고 있는 작품의 반응을 열심히 찾아본다. 이런 것까지 본다고?, 싶은 것까지 본다. 특히 귀여운 팬아트나, 한 줄의 대사를 두고 하는 이런저런 해석들은 정말이지 너무나 재밌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늘 반짝반짝 빛이 난다. 기꺼이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그 희소한 마음이 내가 참여하는 작품을 향해 있다니, 힘이 나고 영광스럽기까지 하다.
최근에 다큐멘터리 <듣보 인간의 생존신고>를 봤다. 가수 이승윤이 너무 좋아서 그의 뮤직 비디오를 만들겠다고 결심하는 용감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문제는 그들이 뮤직 비디오를 단 한 번도 만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 좋아하는 마음이 주는 용기 하나로 눈 질끈 감고 시작한 그들의 여정은 꽤나 근사한 목적지에 닿는다.
그들처럼 거창하진 않지만 나 역시도 좋아하는 마음이 넘치고 넘쳐서 뭐라도 하지 않고는 못 넘어가는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나 주접(?)을 떨고, 아직 모르는 주변 사람들에게 널리 널리 이 멋짐을 알리곤 했다. 꽤 오랜 세월 드라마도 좋아하고 가수도 좋아하고 식물도 좋아하고(이걸 칠까 싶기도 했지만, 나는 제법 진심이었다고), 일 년에 한 번씩은 그렇게 지독하게 꽂히는 것들이 생겨 아침에 눈뜨는 순간부터 과몰입을 하며 지내왔었는데(오래가지는 못한다. 순혈의 오타쿠.. 는 될 수 없다.), 요즘의 나는 일에 치여 그런지 딱히 푹 빠져 있는 게 없다.
어제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맥주를 마시며 우리 새해에는 더 재미있게 살자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재미있게 살기 위해서는 역시 좋아하는 것들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할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하지만 어쩐다? 좋아하는 마음은 그렇게 결심한다고 되는 것이 아님을. 그들이 나에게 와 꽃이 되는 수밖에는 없는걸. 기꺼이 내 마음을 쏟을 대상이 나타나길, 간택과 계시를 기다리는 나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