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련 Jan 01. 2024

덕담

사람들이 공통의 관심사를 가질 일은 많지 않다. 각자의 사정도 우선순위도 모두 다르니까. 그래서 입을 모아 같은 얘기를 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인지, 올 연말 유독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말이 반가웠다. 새해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오고, 아직 오지 않은 날에 대한 복을 기원하는 마음은 인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도 꽤나 오래된 공통의 감정이니까. 기회가 될 때마다 열심히 새해 인사를 건네고 다녔다.


올해는 마지막날까지 어김없이 바빴고, 떠들썩한 축하나 요란한 파티 같은 건 꿈도 꾸지 못했다. 회사에서 내일 아침에 먹을 떡국을 주문하려고 장바구니에 밀키트를 담았다가 아차 하는 사이 품절되어 버려서 떡국을 먹을 기회도 놓쳤다.


집에 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떡국과 비슷한 결의 사리곰탕 라면을 샀다(?). 계산대에서 평소처럼 멤버십 할인을 받고 카드를 꽂고 물건을 챙겨 나가려다, 그냥 왠지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들어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인사를 건넸다. 계산대 맞은편에 있던 중년의 남자는 잠시 멈칫하다 이내 한 톤 밝아진 목소리로 화답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계산대를 사이에 둔 채 10초면 끝이 날 관계였지만 한 번의 인사로 찰나동안 사람 대 사람이 된 기분이 들었다. 잠시 허물어진 마음이, 새어 나온 진짜 목소리가 좋았다.


가게를 나오며 새해에는 지난해보다 더 많은 덕담을 주고 또 받으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특별하지 않은 날도, 특별하지 않은 관계도 그런 말들과 함께 조금은 특별해지지 않을까 기대하며.

작가의 이전글 <나의 첫 심부름> 속 수상한 어른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