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와우 멤버십을 해지하며
생수가 얼마 안 남았다. 주문해야지. 자연스럽게 쿠팡에 들어갔다가 멤버십이 만료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요금이 인상되며 며칠 전 해지 예약을 해뒀는데 벌써 그날이 왔구나. 엥 그럼 내 물은 어쩌지? 순간적으로, 다음 판단이 안되었다. 너무 익숙해진 탓이다.
어쩌긴 어째. 다른 데서 주문하고 하루 더 기다리면 되지. 그랬다. 주문하고 다음날 바로 문 앞에 와 있는 건 원래 이상한 거였다. 빠른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기 전, 그 정도 기다림은 자연스러웠다. 침착하면 된다. 하루 더 기다리면 되고, 하루 일찍 시키면 된다.
로켓 배송을 오랜 시간 이용하면서, 사실 이렇게 빠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왠지 좀 머쓱했달까. 이 정도를 바란 건 아니에요. 과분한 신속함이었는데 막상 쓰니 또 금방 익숙해졌다. 집 코앞에서 살 수 있는 것도 일단 주문하고 봤다. 이유는 많았다. 들고 오는 동안 무거우니까, 아마 쿠팡이 더 쌀테니까, 그냥 편하니까.
물론 아쉬움도 있었다. 모든 물건이 불필요하게 큰 비닐에 따로따로 포장되어 온다는 것. 주소 스티커가 타사에 비해 짜증 날 만큼 잘 안 뜯어진다는 것(더 싼 스티커 용지를 쓰는 걸까?). 누군가 내가 자는 새벽에 일한다는 것. 눈에 보이는 편리함에 비해 아쉬운 건 대체로 감정의 영역이었다. 그런 감정 같은 건 무시되기 쉽다. 내가 뭐라고 그런 걸 걱정하나. 하지만 그런 애매한 마음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쌓이고 있었다.
그리하여 몇천 원 인상의 문제는 아니었다. 나는 이미 구독경제의 노예니까. 이건 그냥 조금 더 불편하고 부지런하게 살겠다는 다짐이다. 그토록 빠른 배송 앞에 느껴지던 왠지 모를 머쓱함과 희미한 죄책감 같은 걸 덜어보겠다는. 이 마음이 얼마나 갈까 싶다가도, 불과 몇 년의 나는 원래 이렇게 살았었다는 걸 떠올린다. 지금이라고 못 살 이유가 하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