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상담실의 문을 열다.
1장. 문을 두드리던 마음 (1) 문 앞에서의 망설임
상담실은 내게 참 어려운 공간이었다. 초등학교 때와 중학교 1, 2학년 때 상처받았던 기억 때문일까. 그때 이후로 아무리 힘든 일이 연달아 일어나도 나는 한 번도 상담실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 내가 상담실에 가게 된 계기가 생겼다.
가기 전까지 며칠을 고민했던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상담실을 ‘문제아들이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심리검사에서 이상이 뜬 아이들이 가는 곳. 그리고 거기서 내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부모님이나 다른 선생님들에게 모두 전해지는 곳. 그때의 나는 상담실에 대한 믿음이 1도 없었다. 하지만 그때 당시 내 상황은 정말 좋지 않았다. 아무리 버티려 해도 더는 버틸 수 없었다. 결국 내 발길은 상담실로 향했다.
복도 끝까지 걸어가면 상담실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나는 그 끝에 다다르기까지 수십 번을 멈춰 섰다. 누가 내 얼굴을 볼까 봐, 혹시라도 누군가 “거기 왜 가?”라고 묻기라도 할까 봐 숨을 쉬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상담실’이라는 단어는 그때 내게 너무 컸다. 그 문을 향해 걷는 일조차 죄책감처럼 느껴졌다. ‘이 정도로 힘든 게 상담을 받을 만큼일까.’, ‘그냥 하루만 지나면 괜찮아질지도 몰라.’ 머릿속에서는 온갖 핑계가 뒤엉켰다. 하지만 그날만큼은, 아무리 괜찮은 척을 해도 내 안의 무너짐이 너무 선명했다.
복도는 이상할 만큼 조용했고, 내 신발 소리만 또렷하게 울렸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바닥에 붙었다가 떨어질 때마다 심장이 따라 흔들렸다.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손끝이 떨렸다. 문고리를 잡지 못한 채 한참을 서 있었다. ‘이 문을 열면 내 안의 모든 게 들통날지도 몰라.’ 그게 두려웠다. 문 옆에는 작게 붙은 명패가 있었다. 하얀 종이에 파란 글씨로 적힌 “상담실”. 그 단어가 그렇게 낯설고도 멀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아주 얇은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세상은 ‘괜찮은 나’와 ‘무너진 나’로 갈라지는 것 같았다.
나는 문 앞에서 두 번 숨을 골랐다. 손바닥에 땀이 차오르는 걸 느끼며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그냥 한 번만 들어가 보자. 들어갔다가, 말하기 싫으면 아무 말도 안 하면 돼.” 그 말을 믿는 척하며 손을 뻗었다. 문고리는 차갑지 않았다. 오히려 오래 망설인 내 온기를 머금은 듯, 묘하게 따뜻했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딸깍 문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