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달아 소비하는 '야식'
나는 야식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아니, 점점 멀리하게 되었다는 말이 더 정확하다. 어느 순간부터 밤늦게 먹는 음식이 소화도 잘 안 되고, 다음 날 아침 컨디션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저녁 이후엔 의도적으로 음식을 피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 집에서 야식 때문에 배달 앱이 열리는 날이 제법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와이프 때문이다.
보통의 평화로운 밤, 갑자기 와이프의 눈에 초롱초롱한 빛이 들어찬다. 핸드폰을 들고 다가오는 그녀를 보면, 나는 다음에 나올 말을 직감한다. 이내 그녀는 핸드폰 화면을 내밀며 묻는다.
“콜?”
그 순간 와이프의 눈빛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다. 거절하기 어려운 표정 앞에서 나는 결국 고개를 끄덕인다. 치킨일 수도 있고, 떡볶이가 되거나 육회일 수도 있다. 메뉴는 매번 다르지만, 주문 버튼을 누르는 순간 와이프의 눈빛은 늘 행복감으로 반짝인다.
야식이 도착하면 그녀는 진지하게 배달 봉투를 풀고 음식들을 정돈한다. 어느새 서른을 넘긴 직장인이 아니라, 마치 소풍 나온 초등학생 같다. 첫 입을 먹는 순간 그녀의 만족스러운 표정은 마치 세상의 모든 걱정을 잊은 듯하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내일 아침의 부담은 눈 녹듯 사라지고, 나 역시 입맛이 덩달아 돌기 시작한다.
사실 나에게 야식으로 뭘 먹는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와이프가 야식에서 느끼는 그 순수한 기쁨이, 내게는 더 큰 즐거움이다. 물론 다음 날 아침, 컨디션에 별 영향이 없는 와이프와 달리 높은 확률로 내 몸은 평소보다 무겁게 시작한다. 아침에 부스스 일어나 속이 더부룩한 채로 출근 준비를 하면서도, 전날 밤 그녀의 반짝이는 얼굴을 떠올리면 이상하게도 그 무거움조차 나쁘지 않게 느껴진다. 하루 종일 각자의 위치에서 바쁘게 달리다 집으로 돌아온 그녀에게 이 작은 사치가 위안이 된다면, 나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요즘 우리는 배달 앱에서 별표를 해둔 단골집이 몇 군데 생겼다. 와이프가 특히 좋아하는 곳들이다. 예전에는 야식 제안이 부담스러웠지만, 이제는 가끔 내가 먼저 말한다.
“오늘 치킨 각?”
그러면 와이프는 내 의도를 단번에 눈치채고, 빙긋 웃는다.
결국 나는 야식의 맛이 아니라, 와이프의 행복을 함께 소비하고 있는 셈이다. 세상에는 저마다 다른 방식의 작은 사치로 이루어지는 ‘소확행’이 존재한다. 우리 부부에게는 가끔 찾아오는 야식 타임이 그 순간이 되었다. 행여나 다음 날 소화제를 꺼내 먹을지라도, 와이프의 초롱초롱한 눈빛 앞에서는 오늘도 기꺼이 배달 앱을 열게 된다.
근데 여보, 육사시미랑 육회가 좀 비싸긴 해도 확실히 속에 부담이 덜 가더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