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해도 괜찮아

이달의 소비, 가민워치

by 메모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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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야식을 먹으면서 어느 순간부터 운동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와이프와 나눈 수많은 야식 타임은 행복했지만 큰 부작용을 낳았다. 옷장에서 입을 수 있는 옷이 점차 줄기 시작한 것이다. 저번달만 해도 입고 다녔지만 지금은 바라볼 수밖에 없는 바지를 보며 몸이 보내는 경고를 느꼈다. 작년 한 해 동안 치열하게 미뤄온 러닝이 생각나 다시 뛰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다짐하고 나니, 신기하게도 유튜브 속에서, 혹은 출퇴근 길에 마주치는 러너들이 쓰고 있는 고글이 눈에 들어왔다. 고글로 얼굴을 가린 채 러닝에 열중하는 모습이 멋졌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냥 나가 뛰면 되지 고글까지 필요하냐는 와이프의 말에 솔직히 답하기엔 부끄러웠다. 그래서 눈을 보호하기 위해 샀다는 말로 내 허영심을 가렸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안경도 안 쓰는 나에겐, 얼굴에 뭔가를 얹고 뛴다는 것 자체가 꽤나 낯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멋있어 보이기엔 내 몸도, 실력도 아직 턱없이 부족했다. 그렇게 고글을 쓰고 며칠간 달리면서 깨달았다. 나는 고글의 기능성보다는, 그것이 주는 ‘운동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소비하고 있었다. 그래도 운동하는 습관을 만들어가면서 야식과의 부담스러운 관계에 하나의 평화로운 합의점을 찾은 것 같아 다행이다. 오늘도 뛰고 들어온 나는 “내일도 무조건 나간다”며 고글을 조심스레 닦아 서랍장 위에 두었다.


지난 달엔 가민에서 신형 워치가 나왔단다. 보기만 할꺼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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