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 그래

'야식'으로 소비하는 치킨

by 메모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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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렸을 때부터 치킨을 참 좋아했다. 패스트푸드 혹은 정크푸드로 묶이는 햄버거, 피자보다 치킨은 내 삶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아버지가 월급날 치킨을 사오던 세대도 아니고, 특별한 추억이 있는 것도 아닌데 좋다. 바삭한 껍질과 윤기 도는 속살, 그리고 양념의 무한한 변주까지. 치킨을 사달라고 조르던 아이는 스스로 사 먹는 어른이 되었을 때 까지도 여전히 맛있다.

스스로 사먹을 수 있어 예전만큼 간절하지 않지만, 유독 유혹에 약해지는 순간이 있다. 바로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치킨 냄새다. 그 순간부터 나는 마치 밀실에서 벌어진 사건을 추리하는 탐정처럼, 기억과 상상력을 총동원하여 ‘어떤 치킨일까’를 생각하며 층수를 올라간다. 문제는 그 잔향이다. 집에 들어와도 쉽게 떠나지 않는다. 유혹을 이겨내려 애써보지만, 패배가 정해진 치킨게임은 이미 시작된 셈이다.

먹기로는 이미 마음속에서 결정이 났고, 이제 남은 문제는 무슨 치킨이냐는 것. 아까 맡았던 냄새를 따라가도 되지만, 내면의 소리에 좀 더 집중해본다. 바삭한 게 당기는 날도, 단짠단짠한 맛이 당길 때도 있다. 아니면 소스를 잔뜩 묻힌 다리를 뜯고 싶은 날도 있고. 그날그날 입맛은 달라도, 결국 손이 가는 건 늘 실패 없는 메뉴들 중 하나다. 필자에게 있어 정답에 가까운 치킨 3대장. 역시 돌고 돌아 클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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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비큐 ~ 황금올리브 후라이드/양념 치킨 올해 스무살이 된 메뉴. 현재는 해바라기유가 섞인 블렌딩 올리브유를 사용하고 있지만, 당시 ‘건강한 기름’에 튀긴 치킨은 가히 혁명이었다. 치킨의 본질에 가까운 기름에까지 신경을 쓰며 프리미엄 메뉴의 새 지평을 열었다.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의 군소 브랜드들을 정리한 장본인. 황올만의 특유의 맛과 상징성은 GOAT.


� 교촌치킨 ~ 허니콤보 간장 치킨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한마리’라는 인식이 강했던 치킨 시장에 ‘콤보’를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처음 박스를 열었을 때 다소 작은 조각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오리지날-허니-레드 콤보의 성공 3연타는 굳건했던 비비큐를 함락시켰다. 정석에 가까운 단짠단짠은 소비자를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 처갓집양념치킨 ~ 슈프림 양념치킨 상호명에서 알 수 있듯이 뿌리를 양념에 두고 있다. 고추장 베이스의 달달한 양념을 기반으로 다양하게 확장하고 있다. 물엿이나 설탕 대신 올리고당과 벌꿀, 야채 등에서 단맛을 뽑아낸다. 양념 위에 뿌려진 하얀 소스가 킥. 브랜드 네임에서 느껴지는 이미지와 다르게 의외로 젊은층 소비가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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