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입장료

공간으로 소비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by 메모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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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 꼭 필요할 때가 있다. 몸이 아니라 마음에. 커피가 마시고 싶다기보다는, 어디론가 들어가고 싶은 기분. 적당히 무드 있는 음악이 흐르고, 누군가의 대화가 배경음이 되는 그런 공간. 그곳에 앉기 위해 필요한 건 4,500원짜리 입장권, ‘아아’ 한 잔이다.

내 앞에 놓인 커피의 맛은 중요하지 않다. 그 공간에 있는 것을 ‘허락’ 받는 수단에 불과하다. 쇼트 케이스에 가지런히 진열된 디저트, 천장에 매달린 조명, 가게 한 켠에 자리한 오브제, 테이블 위에 올려진 누군가의 노트북. 그리고 내가 점유하고 있는 의자와 테이블 하나. 그렇게 한 잔을 들고 앉아 주위를 둘러보면, 잠깐 세상의 속도에서 벗어난 기분이 든다. 커피잔 위에 잠시 나를 내려놓고 온전한 휴식을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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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멍하니 쳐다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지금 여기엔 나처럼 아아 입장권을 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내가 커피를 마시려고 들어온 건지, 들어오기 위해 커피를 마시는 건지. 어쨌든 그날의 나는 4,500원어치의 평화를 조용히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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