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카포트와의 짧은 동행

이달의 소비 : 비알레띠 브리카 헤리티지

by 메모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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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비 패턴에서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충동구매다. 평소라면 지나쳤을 눈길이 느닷없이 고정되고, 이름도 잘 모르던 물건이 갑자기 내 인생에 필요해진다. 그날의 나는 모카포트를 마주쳤다. 작고 묵직한 금속 덩어리. 묘하게 클래식한 생김새. 이탈리아에선 집집마다 저마다의 때 탄 모카포트가 있다는 설명. 그 물건에선 ‘감성’이 폭발하고 있었다.

‘이걸로 주말마다 커피를 내리면 얼마나 맛있을까?’

커피 맛을 잘 아는 것도 아니면서도, 주말에 커피를 내리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에스프레소 머신의 헤리티지. 근본. 시간과 손의 흔적. 이런 건 정말 피해 갈 수가 없다. 근본 있는 소비자의 자격을 갖추기 위해 모카포트와 알맞게 분쇄된 콩을 홀린 듯이 사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문제는 꽤 빨리 발생했다. 주말은 왔지만, 커피를 내릴 여유는 오지 않았다. 모카포트를 개시하기엔 여유가 없어 다음을 기약했다. 그렇게 지금까지 개시 못 한 모카포트는 찬장 한 구석에서 반짝이며 나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역시 캡슐커피 머신을 눌렀다. 위-잉 하는 소리와 함께 현실이 내려온다. 감성을 대체한 효율도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내가 진짜 원했던 건, 그 커피였을까? 아니면 모카포트를 가진 나 자신이었을까? 근본을 원한 게 아니라 그냥 근본 있어 보이고 싶었던 걸까? 에스프레스 머신으로 불경한 ‘아아’를 만들 생각을 해서 벌받은 건 아닐까? 요란한 소비가 낳은 부산물은 늘 고민거리를 가득 안겨다 준다. 금속광택을 띠고 있는 모카포트는 그렇게 찬장에서 거울처럼 나를 비추고 있다.


거울아 거울아, 다음 근본력을 채워줄 아이템을 보여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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