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식하는 독자입니다

취향대로 소비하는 독서

by 메모리브
vol7_독서_3_편식.jpg

독서에 편식이 심한 편이다. 아무리 재밌고 유익하다고 해도 장르 소설이나 자기계발서에는 영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나는 여행을 가도 새로운 체험보다는 그곳 사람들의 일상이 궁금한 타입이다. 지극히 현실적인 것을 추구하는 감각형 인간이므로,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을 일을 다룬 판타지 소설과는 좀처럼 가까워질 수가 없다. 자기계발서도 비슷한 맥락인데, 가장 큰 배움은 직접 부딪치며 얻는 것이라고 믿는 내게, 남의 성공담은 그다지 깊은 울림을 주지 않는다. 편협하다면 할 말 없지만, 어찌 됐든 내 독서 취향에는 맞지 않는 게 사실이다.

49.jpg

나는 오랫동안 소설을 읽어왔다. 늘 세상에는 어떤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지 궁금한 나에게 현실을 반영해 삶을 묘사하는 소설은 딱 맞는 장르였다. 책을 읽다 보면, 어딘가에 정말 이런 사람이 살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그 생각은 한없이 포근한 위로가 됐다. 어떤 캐릭터는 어린 시절의 나를 닮았고, 어떤 캐릭터는 지금의 나보다 훨씬 나은 사람이었지만, 어쨌든 그들 모두는 나에게 '나도 괜찮은 사람일 수 있다'라는 안도감을 주었다. 그래서 나는 오랜 시간 소설을 읽었다. 최근에는 에세이로 눈을 돌리게 됐는데, 가상이 아닌, 현실을 사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꽤 흥미가 있었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개인의 심사(心思)나 사유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사는 얘기' 듣기 좋아하는 나로서는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장르기도 하다.


언젠가 사람 사는 얘기에 지치고 상상력이 간절해지는 날이 오면, 판타지 소설도 좀 재밌어지려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당분간은 판타지도 자기계발서도 여전히 어렵지 않을까 싶다.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들 속에서 내 마음이 가장 편해진다는 걸 아니까. 이 편식은, 아마 앞으로도 한동안은 계속되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서점과 도서관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