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 농담에 끼어들고 싶어 <술과 농담>

이달의 소비

by 메모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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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은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잘 분해하지 못한다. 쉽게 말하면,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개진다는 뜻이다. 빨개지는 건 얼굴뿐만이 아니다. 팔과 다리, 손과 발, 귀까지 온몸이 터질 듯 붉게 달아오른다. 그렇다고해서 술이 싫은 건 아니다. 나는 술이 좋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술을 마실 때의 분위기가 좋다. 술을 많이 마시지 못하는 몸이라는 걸 체감한 뒤로, 술은 나에게 닿을 수 없는 동경 같은 대상이 되었다. 젊을 땐 친구들과 어울려 마시는 술을 남들처럼 거하게 즐기지 못하는 게 아쉬웠고, 나이가 들고 나서는 '적당히 기분 좋아지는 술기운'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술만 마시면 얼굴이 붉어지고, 숨이 차오르며, 심장은 분주히 뛰기 시작한다. 그런 몸을 가진 나로서는, 술 마시는 사람들이 느끼는 그 알딸딸한 흥취를 알 길이 없다. 술기운에 살짝 고조된 목소리로 주고받는 대화, 오고 가는 농담 속에서 터지는 호탕한 웃음. 그런 분위기에 나도 스며들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다.


술과 농담,

제목부터 술 마시는 이들의 낭만이 배어 있다. 술자리에서 오가는 농담이란, 실없기도 하지만 농을 가장한 진심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듣는 맛이 있다. 술기운에 조금 느슨해진 마음은 농담 하나에도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허용적인 분위기, 말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풀리는 순간들. 내가 좋아하는 술자리의 공기가 이 제목에 녹아있다. '말들의 흐름' 시리즈 일곱 번째 책, <술과 농담>. 책 소개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이 책은 당신을 초대했고, 술을 빌려 말함으로써, 녹록지 않은 당신의 일상에서 숭고함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당신에게 아무렇지 않은 농담을 건넨다. <술과 농담>은 만취의 거드름보다, 페이스를 조절해가며 독주를 홀짝이는 혼술에 가깝다. 여섯 종류의 술이 있고, 술의 주변에는 '더 취한자'가 있고 '덜 취한 자'가 머무른다."


술에 대한 사유와 경험, 일상의 이야기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낮술이라도 한 잔하고 싶은 기분이 든다. 정작 낮술이라도 한 잔 들이키는 날에는 빨개지는 얼굴을 숨기느라 후회할 게 뻔하지만. 그래도 농담에는 역시 술이지, 커피였으면 재미는 없었을거라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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