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소비
스물 여섯, 내 생애 첫 차를 사고 처음으로 친구와 장거리 여행을 떠났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 여행이라니. 여행을 계획할 때부터 내 머릿속에는 드라마에서 보던 드라이브 장면을 실현할 거라는 설렘이 있었다. 오픈카를 타고 선글라스를 쓴 채 긴 머리를 휘날리며 달리는 그 장면. 비록 오픈카는 아니지만 내 차로 하는 첫 여행에 선글라스 정도는 갖춰야하지 않겠냐고, 나는 아울렛에 가서 선글라스를 샀다. 지금의 나라면 사지 않았을, 사각형의 큰 렌즈가 투박한 발망 선글라스를. 5시간을 달려 도착한 남해에서 나는 원 없이 드라이브를 즐겼다. 앞뒤 창문을 모두 열고 손을 뻗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바람을 느꼈다. 선글라스를 낀 내 모습을 사이드미러로 언뜻 확인하면서, 스물 여섯의 나는, 우습지만, 여유를 아는 어른이 된 것만 같았다.
이제는 일에 쫓겨 여행이 큰 이벤트가 되어버린 나이가 되었지만, 여름이 지나고 바람이 선선해지면 어쩐지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마음을 숨길 수 없다. 주말에 근교 드라이브라도 나가보자고, 검색창에 ‘드라이브 코스’를 검색해본다. 목적지를 정하고나니, 문득 선글라스 생각이 난다. 10년 가까이 함께한 그 투박한 발망 선글라스는 이제 놓아주고, 새 선글라스를 하나 장만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제 여유라곤 느끼기 어려운 진짜 어른이 되었으니, 이번에는 아울렛말고 백화점으로 가볼까 싶다. 드라이브에는 언제나 선글라스와 바람이 빠질 수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