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새벽에 자전거를 타면서
콘크리트 천장에 바다가 펼쳐졌다.
아, 새로운 조명을 설치 했구나. 그 사이에 따르릉, 소리와 함께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 아가씨, 앞을 봐야지! 깜짝 놀라 자전거 핸들을 꽉 잡고는 소심한 눈 흘김과 함께 다시 앞을 바라봤다.
풀벌레 소리가 익어가는 여름, 미적지근한 바람과 풍경이 섞여든다. 평온이라는 단어를 시각화 한다면 이런 거겠지. 자전거 패달을 열심히 밟아 도착했다. 다만, 조금의 실망감과 함께. 길의 끝에는 별처럼 반짝이는 한강대교의 경치를 원했는데, 새벽의 입구라 그런지 불빛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돌아가려고 고개를 돌리면 그제서야 더 빛나는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서로를 향한 애정을 가득 담고 있는 연인들, 믿음으로 한 평생을 함께 해왔을 노부부 한 쌍, 잔잔한 강을 안주 삼아 낚시를 즐기는 낚시꾼들. 내가 너무 앞만 보고 달려 왔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각자가 다른 곳에서 출발해 이곳에 도달한 우리.
같은 곳이지만 사람들의 가치도 제각각이었던 것 같다.
지하철에 몸을 싣고 돌아가는 길. 무언가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어 꽁꽁 숨겨둔 창고 같은 메모장을 괜히 뒤적였다. 그 끝에는 과거에서 온 편지가 도착해 있었다. 발신인과 수신인은 나였다.
‘세속적인 가치에 매몰되지 말자. 네가 원하는 건 사랑과 사람이야.’
어쩌면 과거의 내가 더 현명했을 지도 모른다. 거꾸로 커버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