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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ㄱㅣㅇㅓㄱ Jan 31. 2017

기억공간 안거리 인터뷰

푸른 바다에서 헤 엄 _ 기억지기 인턴 김민성 


 무작정 제주로 인턴십을 가겠다며 내질렀다. 한창 생각이 복잡하고 많을 때라 힐링이 필요했고, 제주사람들의 이야기가 필요했다. 역시 나의 신의 한 수였을까? 이런 것을 느끼고 오라고 하늘에서 나를 제주로 내려주신 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립적인 나의 삶을 살고 싶었지만 항상 주변 때문에 흔들리고 무너지던 나였다. 이런 나에게 ‘너의 길을 가’라고 말해줄 사람들이 필요했다. 일단 내가 제주도로 가겠다는 이유는, 내가 알던 제주사람들은 돈보다는 자신의 행복을 우선시했고, 직업을 돈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수단이 아닌, 직업 자체가 행복함이었다. 직업과 현실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내가 원래 알던 어른들은 직장생활에 너무 지쳐 행복할 수 없어 보였다. 현실에 찌든 것 같았다. 휴가를 내는 것에도 눈치를 보았고 야근 때문에 가정을 돌보지 못했고 회식을 억지로 다니며 똥배만 나오는 생활인 것 같았다. 이런 내 주위 어른들은 자신들이 겪고 있고, 겪었던 고생을 나에게 대물림해주고 싶지 않은 마음에 대학을 가라,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라며 조언했다. 학교에서는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행복한 삶을 독립적으로 사는 방법을 가르쳐주는데. 그것들은 중간에서 나를 헷갈리게 했다.

                                                                                      _이천십육 년 여름에 쓴 글


나는 열아홉, 김민성이다. 모두들 나를 고3이라 불러서 ‘열아홉’이라고 한다. 

우리네들은 어떤 세상에서 살아가야 하는가?

내 주변 사람들은 이렇게 산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하고, 좋은 직장에 다니기 위해 스펙을 쌓고, 좋은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 좋은 유전자를 가진 아이를 낳고 키우기 위해.’ 

난 이렇게 살기 싫다. 나는 나를 알고 싶고 내가 알아야 할 이야기도 눈 꼭 감고 싶지 않다.


이천십사 년 사월, 

내가 일 학년 때, 이동학습이었던 제주도 도보여행을 가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수학여행을 가는 학생들이 탄 배가 침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전원 구조 소식을 들었다. 알 건 안다. 어딘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 그리고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


이천십육 년 여름,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원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행복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현재의 행복보다는 노후와 같은 미래의 행복을 위한 삶을 살아간다. 나의 경우, 지금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가는 중이지만, 성인이 되었을 때를 대비해 선택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부모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말에 어느 정도는 동의하나 나는 내가 우여곡절을 겪고 깨닫고 느끼고 부딪혀보고 싶었다. 부모님께서 자신이 겪었던 고생을 나에게 대물림해주고 싶지 않기 때문에, 나의 더 나은 선택을 위함이라는 것. 전부 이해할 수 있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도 알고 이러한 마음도 알기에 무작정 내 뜻대로 행동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혼란스러웠다. 나의 가정환경을 보았을 때 부모님께서 나이가 들어 일을 하지 못할 때까지 손을 벌리고 싶지 않았고 나에게 주신 무한한 사랑만큼 나도 좋은 것을 보여드리고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대접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현재 하고 싶은 것과 미래와 부모님을 생각해야 하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망설이고 혼란스러워했다. 그 시기에 인턴십을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려주었다. 오직 나 자신이 아닌 미래나 다른 사람을 위한 삶을 사는 것 또한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예를 들어 만약 부모님께서 돌아가시기 전까지 불안감과 걱정을 없애드리며 살았다고 가정한다면 그 이후 부모님께서 돌아가셨을 때 그동안의 삶이 오직 자신의 것으로 느낄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매우 배신감 들어할 우리 엄마와 아빠가 걱정되긴 한다. 하지만 내가 행복하게 살아갈 방식을 점차 찾아가고 있다는 것은 기뻐하실 거라 믿는다.) 

 

 이 모든 것들을 생각해 본 적이 있지만 그동안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해준 사람이 없었다. 그러니 나 혼자 용기도 나지 않고 나에 대한 비난과 질책을 쏟았다.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나누다 보니 용기도 생기고 독립적인 나로서, 오직 나의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지금은 자신만만하고 후련한 마음이 들지만 이후 나에게 이런 시련의 사막은 무수히 많을 것이고 나는 이러한 사막을 당당하게 건널 수 있는 힘이 생기고 있다. 내가 더 단단해지고 있다. 


주에서는 이런 생각들을 했었다. 그리고 제주에서 세월을 기억함과 동시에 나의 살아감에 대한 고민들을 했다. 이천십칠 년 사월의 나는 어떤 모습으로 세월호를 기억하고 있을까?

- 글쓴이/ 그림  - 김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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