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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ㄱㅣㅇㅓㄱ Jan 31. 2017

분노를 기억하라 in 제주

- 북콘서트를 마치고 -

이제는 감정에 치우친 호소를 넘어 세월호참사의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자고 시작된 북콘서트 ‘분노를 기억하라’ 

'분노를 기억하라' 포스터

3명의 발표자중에 416가족협의회 진상분과장 장훈, 416단원고약전 발간위원 오현주 선생님은 일찍이 행사장에 도착해 발표자료를 띄워 연습 하고 리허설에 여념이 없다.

지난 세월호청소년토크콘서트와 같은 장소인 벤처마루 백록담홀. 설치되어 있는 음향을 사용했다가 상태가 너무 안 좋아 애를 먹었던 기억에 특별히 신경 쓰이는 음향업체 사장님께 농을 건넨다.

함께 도와준다고 걸음한 이들은 제주시청앞 버스정류장에서 곧 있을 북콘서트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홍보 피켓을 들고 아이쿱한라생협에서 후원해준 생수는 왜 이렇게 무거운지 행사장 10층까지 옮기는데 땀이 뻘뻘이다.

항상 기억공간을 지켜주시는 선생님들은 삶의 현장에서 일을 마치고 서둘러 행사장으로 하나 둘 모이고 오시는 분들을 맞이하기 위한 분주한 모습에 우리가 준비하고 한 사람을 환대하는 의미를 다시 돌아본다.

쉽지 않은 발걸음이었을 그 한사람과 두 눈을 마주하고 이야길 나누며 있는 모습 그대로 너무나 귀한 존재임을 마음으로 담는다. 

'분노를 기억하라' 북콘서트장 입구 photo by 이경재

너무나 귀한 존재인 304개 우주가 사라졌다. 

그 중에 250개 우주가 한 고등학교에서 함께 생활한 단원고 2학년 친구들이었으니 북콘서트의 처음 문을 연 416단원고약전 발간위원 오현주 작가는 2학년이 10반까지 있어 반별로, 선생님 이야기는 따로 담은 416단원고약전 만든 취지를 얘기한다. 그 중에 준영이, 건우의 삶을 함께 들여다본다.

무대에서 자식 이름이 거론되고 이제는 함께 하지 못하는 일상을 나눌 때 객석에 앉아 듣는 부모님 마음은 어떨까? 명백한 피해자와 점점 뚜렷하게 드러나는 가해자 살아남은자가 함께 살아간다는건 과연 가능하기는 한걸까?

1강 발표 - 416단원고약전 발간위원 오현주 작가  photo by 정영찬

항상 뉴스와 미디어에서 뵙던 416가족협의회 진상분과장 장훈 선생님은 인상이 강렬했다. 피곤에 지친 얼굴 그러나 궐기에 찬 행동과 또렷한 눈빛은 세월호특조위원들과 함께한 단식장에서 조차 빛나보였다.

두 번째 무대에 오른 장훈 선생님의 눈을 본다. 세상에 화가 쌓여 분노를 발사하는 눈은 입장을 이해한들 반감을 사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간절함을 담은 분노는 마음에 와 닿는다.

‘하고 싶은 얘기가 많으실텐데.. 15~20분의 시간이 너무 짧으실텐데..’

준비해 온 발표자료를 조목조목 설명하다 시간에 쫓겨서인지 스킵 하고 스킵되는 문장을 놓칠세라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기전 눈으로 읽는다.  

입에 익숙치 않은 선박 용어들 무게 길이 높이 정량적 수치들 20TB가 넘는 자료를 찾아보고 읽고 분석하고 얼마나 공부했을까? 합리적으로 이해되지 않은 현상을 따지느라 얼마나 머리 아팠을까?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얼마나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싶었을까? 소통할 수 있는 장이 얼마나 간절했을까? 스킵하기 전 발표자료를 읽어 내려가는 내 눈이 뻑뻑하고 그래서 더 피곤했을까?

2강 발표 - 416가족협의회 진상분과장 장훈 photo by 정영찬

객석에 앉아 있던 두 분의 부모님을 무대로 모신다. 

인양분과장 정동수 대외협력분과장 전인숙 선생님이다. 많은 간담회 자리를 다니셔서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 하시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객석에서 질문이 이어지고 함께 기억하고 분노하고 행동하고 연대하자는 장훈 선생님의 마무리 발언에 박수소리가 크다.

416가족협의회 질의응답 photo by 정영찬

세월호에 관한 행사는 어디든 불러만 달라고 했다는 허클베리핀

홍대에서 락음악 했던 밴드다. 제주도 내려와 살고 있고 강정생명평화대행진 마지막날 ‘스왈로우’ 라는 밴드가 공연을 했는데 허클베리핀 어쿠어스틱 밴드라는 이야기를 듣고 든든한 동지애를 느꼈던 따스함. 

허클베리핀 노래중 ‘사막’ 이란 노래가 혁명에 관한 노래로 빨치산에서 모티브를 따왔다는 곡의 배경을 알고 있는터라 세월호 북콘서트에 기꺼이 오겠다는 ‘스왈로우’ 자발적 참여는 그저 함께 걷고 있다는 든든한 울림이었다. 노래는 물론 베리 굿!

스왈로우 공연 photo by 정영찬

김탁환 작가 그리고 민간잠수사

김탁환 작가는 故김관홍 잠수사와 만남을 통해 소설 ‘거짓말이다’ 를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한다. 

‘두 번의 포옹’ 을 소설의 큰 줄기로 잡았다는 작가의 말에 발표자료가 넘어가지 전 느낌이 온다. 옆집 아저씨가 술술 이야기를 풀어내 듯 경상도 사투리가 섞여 구수하게 들리는 김탁환 작가의 이야기는 애잔하게 들려온다.

“나는 하나의 단어를 이해하기 위해 질문을 만들고 장편을 쓴다. <거짓말이다>에서 내가 이해하고 싶었던 단어는 '포옹'이었다. 지금은 누가 누구를 끌어안고 있는 장면만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저 두 사람은 왜 끌어안고 있는 걸까.

내 소설에서는 두 번의 포옹이 나온다. 민간 잠수사 나경수가 침몰한 세월호 안에서 희생자 종후를 안고 나오는 것이 첫 번째 포옹이고, 광화문 시위에서 물대포를 맞고 있는 나경수를 종후의 아빠인 윤태식 씨가 포옹하며 보호하는 것이 두 번째 포옹이다“

3강 발표 - '거짓말이다' 저자 김탁환 작가 photo by 정영찬

세 번째 포옹은 문정현 신부님과 함께

‘분노를 기억하라’ 북콘서트 당일. 강정마을에서 미해군기지 투쟁을 이어가시는 문정현 신부님 서품 50주년 금경축일이었다. 참석하신다는 걸 알고 기억지기 푸르미 선생님이 축하 케잌도 준비하고 행사 다 마치면 깜짝축하 하려고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중간에 가시는거 아닌가? 마침 부모님들도 눈치 채고 부랴부랴 나오시고 케잌도 전달드릴 수 있어 다행이었지만 세 번째 포옹은 하지 못했다는 후문이...

세번째 포옹을 못한 서품 50주년 금경축일을 맞은 문정현 신부님 photo by 정영찬

그래 기억하자! 분노하자! 행동하자! 연대하자!

끝까지 함께함을 다짐하는 우리 photo by 이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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