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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ㄱㅣㅇㅓㄱ Apr 28. 2019

라르고 아다지오

[5_수필]

여기 동백 나무들이 있었는데 우거진 나무들이. 새별당도.


터질 위험이 없는 풍선을 붑니다. 아주 커지도록 숨이 가빠오도록 날숨을 채웁니다. 여기 없는 것이 아니 거기 있는 것이 아니. 풍선에 구멍 몇 개를 뚫을 겁니다. 들숨에 이산화탄소에 무거웠던 공기도 바깥으로 나가면서 날아오른다. 쉬이이이이 회오리 칠 거야. 아주 크고 아주 느리게 회오리 칩니다. 회오리 바람인지도 모르게요. 슬그머니 집 옥상으로 밭을 지나 자주 밥을 먹는 식당을 거쳐 달리는 버스 위를 따라 유명한 관광지에서 사진의 배경으로 순간 찍혔다가 산을 넘어가고 나무에 잠깐 걸려 쉬고 다시 멀리 멀리 작은 구멍들로 숨 쉬면서 간다. 굴러 굴러 온 세상에 닿아 먼지가 붙어 무늬가 생기고 몸집이 다시 또 커질수록 느려지고 거대해지고 다시 더 느려지면 –따닥따닥 붙은 것들이 또 움직여서 멈추지 않으면- 이제는 움직이는 풍선과 숨 구멍과 풍선의 궤적을 찾는다.


종종 사라지곤 한다. 종종 생각나곤 한다. 익숙한 골목길 담장 옆에서, 낯선 언어의 간판 아래 풍기는 냄새에서. 분명한 기술의 기술은 없고 따뜻한 건넴은 더욱 부족하건만 무엇으로 쓰는지. 걸어서 걸어서 닿는 곳은 어딜지. 풍선을 분다. 멋지고 슬프고 기쁘고 이상한 풍선들을 본다. 거기 같이 있고 여기도 있을.



글쓴이 - 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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