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낯선 곳에서 나를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면 가장 정확한 답이 나올지 않을지라도 그 문제너머로 이동한 시차 때문에 나다운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나다운 것이란 누군가의 허락이 필요하지 않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을 확인하는 것이다.
어떤 문제가 생기거나 머릿속이 복잡해지면 평생 모아놓은 책을 뒤적이고 나의 영혼이 망각한 단어들을 주워 모았다. 한동안 나에게 찾아온 이상한 병에 대해서 나는 영혼밖을 사유하다 돌아가는 것 같은 피곤함을 자주 느꼈다.
영혼은 어떤 때, 눈앞의 어떤 사람과 소통하지 못할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아. 누군가의 앞에서 재채기를 하고 먼 곳을 응시하고 목젖을 매만지는 버릇들은 우리의 대화가 양쪽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행한 예감을 보여주고 있을 때라는 것을 안다. 그럴 땐 혼자 있을 땐 느껴보지 못한 외로움을 크게 느꼈던 것 같아.
나는 그저, 글을 쓰고 싶었고 , 요리를 하고 싶었고, 주일이 지나면 거북이 어항을 갈고 거북이에게도 산책이 필요할 것 같다는 아무도 듣지 않는 속삭이는 대화를 이어나가며 살고 싶었다.
나의 영혼이 하고 싶어 하는 이 모든 일들 속에는 내가 아닌 누군가의 말이나 삶의 방식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
가장 낯선 곳에 가게 되면 아무것도 아닌 일도 가장 외로운 방식으로 해결해야 할지도 몰라.
삶의 방식을 벗어났다 할지라도 나의 영혼의 자국 같은 것들은
사랑스러운 고양이의 발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처럼 애정있게 느껴지기도 할것이다
내가 무엇이 되어가는 중인지 아직 모른다는 것이, 이 세상속에 있는 나에게는
가슴 떨리게 신비롭고 흥미진진한 일인것 같았다.
내가 그것을 잊어버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거기에 있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