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스처로 시작하는 의사표현의 시작
흔히 회사에서 일을 잘한다, 못 한다는 의미의 한 끗 차이는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어느 정도 눈치껏 다음 단계에서 일어날 일을 하나, 둘 더 대비할 수 있느냐’의 차이를 두고 있는 것 같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순환으로 바뀌는 상사에 따라 달라지는 요구를 카멜레온처럼 맞출 수 있는 것도,
누가 와도 자신의 논리를 단번에 이해시킬 수 있는 실력을 갖춘 것도 일을 잘한다는 긍정적인 평가에 속하겠지.
그런데 조직생활을 해보니 요즘은 다들 자신의 일을 잘하는 편이기 때문에 직원 간의 화합이 더 중요한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사소통을 하는 데 어려움이 적어야 하리라.
직장에서도 이러한데 가족 간에는 어떨까.
어느 순간 검지손가락을 쭉 펴서 원하는 것을 가리키며 ‘이거 주세요.’ 하고 제스처를 시작하는 우리 친구를 보며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지금이 너무 귀여워서 오래 눈에 담아두며 키우고 싶지만 어느 정도 자라서 우리 친구와도 의사소통이 빨리 이루어지는 것도 좋겠다고.
또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아이의 흡수력은 어른들보다 확실히 빠른 것 같다.
“이건 뭘까?, 우와 저게 뭐지?, 이거 줘?“ 하면서 검지손가락과 음성으로 전하며 일방 소통을 하던 때가 어제 같은데,
어느 새부터 아이가 “음음!!”소리 내면서 원하는 걸 정확히 가리킨다.
이런 빠른 흡수력은 세상에 태어나서 경험하는 것들이 신기해서일까, 살아가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뇌와 몸이 먼저 반응하면서 터득하는 걸까.
우리 친구는 지금 “안아줄까? 아기띠?” 하면 아기띠가 있는 서랍을,
“맘마?, 딸기?, 빵 먹을까?”하면 식탁을 가리킬 줄 알고,
더 나아가 요즘에는 상자 여는 걸 좋아해서 상자를 가리켜서 가져다주면 열어달라고 내 손을 박스에 가져다 놓기까지 한다.
또 기저귀를 갈아주고 기존 기저귀를 똘똘 말아서 손에 쥐어주면 무릎을 이용해 열심히 쓰레기통으로 걸어가 슉하고 넣을 줄도 안다.
아이가 하루하루 성장하며 달라지는 게 정말 신기하다.
어른이 된 내가 어느 정도 비슷한 생활에 갇혀 변화를 두려워하게 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기회를 스스로 잃어가기에 조금 더 신기하게 느껴진 걸까?
단기간에 나날이 달라지는 아이를 보면 나도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지금은 무언가를 가리키는 행위가 ‘이건 뭔가요 아빠?’의 개념까지 확장된 것은 아니라고 해석되지만, 조만간 그 궁금증을 담아낸 같은 제스처도 보여줄 테지.
그때쯤 되면 한층 더 열린 의사소통이 가능할 것 같다.
아이가 이렇게 쭉 크다 보면 어느덧 중고등학생이고, 자기 자신은 나이가 들어있다던데.
와이프랑 같이 건강하게 늙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 나이에 걸맞은 웃음과 주름을 가지고.
“남의 자식은 금방 큰다.”라는 말처럼 우리 가족에게 우리 친구가 커가는 시간만큼은 느리고 정직하게 흘러갔으면 좋겠다.
물론 성장과정에서 충분한 의사소통을 하고 소중한 추억을 만들면서.
그리고 언젠가는 아들이 부모의 모습을 닮은 습관들을 하나씩 무의식에 심어두었다가 꺼내볼 날이 올 테니 좋은 모습을 더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