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인가, 장염인가

해열제에 의지하는 밤

by 달뭉치

올해 겨울은 조금 덜 추운가 했더니 그래도 겨울은 겨울이었다.

회사도 군대처럼 겨울에는 30분 늦게 일과가 시작되는 제도가 도입되면 어떨까?

분명 어느 주제와도 같이 의견이 나뉘겠지만 아이가 있는 입장에서는 찬성에 한 표를 던진다.

아침시간 길어야 20분 남짓 우리 아이를 보고 출근하는 내게는 아이를 30분이나 더 볼 수 있는 황금 같은 시간이 되기에.


오늘은 환절기 날씨처럼 느껴지는 요즘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감기에 걸리지 않으시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아이가 조금 아팠던 이야기를 적어본다.


한 달 전, 주말에 연차 2일을 붙여 총 4일간의 휴가를 확보한 우리 가족은 처가댁으로 모험을 떠났고,

어느 정도 거리가 있어 한참 동안 차를 타고 도착한 처가댁에는 우리 친구를 기다리는 처제가 있었다.


딸기를 줘서인지 낯을 가리는 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았지만, 그래도 얼굴을 있는 힘껏 찌푸려 뜨리며 안아달라고 양팔을 벌리는 모습에는 안쓰러운 마음이 저절로 생겼다.

잠깐 쉬면서 오손도손 이야기를 하던 우리는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때까지 집에 잘 풀어두고 여기저기 기어 다니는 걸 따라다니며

“우리 친구가 어디 왔지~?”

“여기가 안방이야~”

“우와 여기는 이렇게 커다란 거울도 있네~?”

하면서 있는 힘껏 ‘여기는 안전한 공간이야~’라는 느낌을 전해주려 노력했다.


나름 알차게 시간을 보내고자 저녁식사는 밖에서 하기로 하고 밥을 먹으러 나섰다.

식당에 들어가니 식당 양 사이드로 통풍이 되게끔 창문이 열려있었는데, 조금 신경이 쓰였지만 신나게 식사를 시작했다.

물론 아이가 먹을 음식들도 있었고 중간까지는 아이도 나름대로 신나 보였다.

그때 찍은 귀여운 짧은 동영상이 핸드폰에 고이고이 저장되어 있으니.


그런데 식사 중반이 지나자 아이가 조금씩 짜증을 내기 시작했고, 아직 식사를 마치지 않은 와이프와 나는 돌아가면서 아이를 케어하며 조금 더 먹고 계산을 마쳤다.

‘아이가 배부르게 먹지를 못했나 왜 이렇게 짜증이 난 걸까?’ 생각하면서 집으로 복귀.

집에 도착하니 오후에 일을 보시느라 집을 비우셨던 장모님이 집에 도착해 계신다.

영상통화를 가끔 해서인지, 장모님을 알아보는 눈치다.

조금 있다가는 누구보다 신나는 표정을 지으며 양팔을 쭉 올려 만세도 해 보이는 우리 친구다.


“아이고, 우리 강아지~”하시며 장모님께서도 있는 그대로 사랑을 주신다.


기어 다니는 모습만을 보셔도, 양치를 하면서 온몸을 비틀어 짜증을 표현하는 우리 친구를 보셔도 웃음이 끊이질 않으시는 장모님이시다.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서 행복을 주는 사람 중 하나가 우리 친구라는 게 너무 기분 좋게 와닿았다.


“오늘 고생했으니 일찍 쉬소. 애기도 늦지 않게 재우고.“ 장모님이 저녁 인사를 해주셨고,

“옙, 장모님께서도 안녕히 주무세요. 아가 인사드리렴~”하고 인사를 드린 뒤 이불 위에 눕는다.


집에서는 우리 친구를 침대에서 재우고 있다.

처가댁에도 침대는 있지만 안전가드가 없기에 바닥에서 자야 하는 상황이라 걱정이 앞섰지만,

막상 새벽에 아이가 몇 번 뒤척이긴 했어도 아침에 보니 생각보다 잘 잔 것 같았다.


다음날, 아침에 따뜻한 분유를 잘 먹이고 놀아주고 난 뒤 낮잠을 잘 시간인데 아이가 이상하게 아기띠에 안기지 않으면 잠을 못 잔다.

“이상하네..”하면서 일단 지켜보기로 하고 낮에는 좀 상태가 괜찮아지나 싶더니 저녁을 먹고 난 뒤 미열이 있는 걸 확인.


그리고는 난관에 봉착했다.

감기인지, 장염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열이 오르고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계속 울기 시작한 것.


저번에 열이 났을 때 병원에서 선생님 말씀을 들어보니 “열이 날 때는 일반감기, 독감, 장염, 수족구, 돌발진, 요로감염 정도가 있는데 정확한 건 증상별로 지켜봐야 하고, 필요시 검사도 필요하다.”라고 하셨는데 아무래도 어제의 오랜 이동 시간과 식당에서의 바람, 낯선 환경 등이 아이에게 적잖이 영향을 준 것 같았다.

혹시 몰라서 와이프가 비상약을 챙겨 온 덕분에 부랴부랴 해열제(맥시부펜)를 먹였지만 해열제 양도 그렇게 여유가 있지는 않은 상황.


원래 계획대로라면 하루 더 묵고 3일 차에 집으로 복귀하는 일정이었으나,

다음날 아침에 바로 병원을 데려가고자 마음먹은 우리는 저녁에 출발해 새벽에 집에 도착했다.

다행히도 해열제가 잘 드는 3~4시간 동안 빨리 결정하고 움직인 게 오히려 아이에게도 도움이 된 것인지 아이는 차에서 몇 시간을 푹 자 주었다.


집에 도착하자 깨어서 울던 아이에게 다시 한번 해열제를 먹여 안아서 재우고 우리도 지친 몸을 뉘었다.


이 날은 우리 아이에게 두 번째로 열이 있었던 시기인데 아플 때마다 아이의 체온이 40도를 넘어가니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다.


주변의 말들로는 ”아이가 태어나고 몇 년 안에는 고열이 나서 부모가 응급실을 가야 하나 고민하는 상황들이 생기기 마련이다.“라고 했는데,

실제 병원을 가셨던 분들께 “그래서 어떻게 해결하셨어요?”라고 여쭤보면 결국 병원에서도 열이 내리는 걸 기다리는 방법 말고는 별다른 수가 없다는 결론이 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첫 번째 열이 났을 때 새벽에도 응급실에는 가지 않았었는데, 당일 낮에 병원에서 처방받은 해열제가 드는 시간의 공백에는 열이 확 올라와서 잠들지 못하고 아파하는 아이에게 밤새 붙어서 물에 적신 손수건 몇 장을 돌려가며 몸에 붙이고 열을 잡으려고 노력했던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또렷하다.


해열제는 열이 나는 아이를 둔 부모에게는 너무 중요한 필수품.

유효 시간이 있는데 딱 그 시간만큼은 신기하게 열이 잡힌다.

다른 아이들도 보통 그렇다고 하더라.


이렇게 해열제에 의지하는 밤들은 정말 무서웠다.

그래도 나름 두 번째 경험에서는 아이에게 “괜찮아, 아이고 고생한다 떨어져라 열아.. 훠이~”하면서 안심할 수 있게 한 마디라도 던져줄 수 있는 부모가 되어있긴 하더라.

아이는 부모의 말 톤에서도 감정을 느낀다고 하니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줄 수 있지 않았을까..


우리 친구에게 아픔은 경험하게 하고 싶지 않지만 어린이집에 들어가면 감기부터 달고 산다고 하니 어느 정도 걱정이 앞서는 부분도 있다.

‘그래도 어쩌겠나. 이겨내야지. 잘 이겨내 보자 친구.’


집에 어린 돌 전후의 아이가 있으신 분이라면 아이가 컨디션이 떨어질 때 열을 수시로 체크하셔서 조금이라도 열이 있다면 낮 시간에 병원에 가셔서 약과 해열제를 처방받아 3일 이상의 여분을 가지고 계시기를 권해드린다.(통으로 된 맥시부펜 추가 처방도 가능하시면 꼭!)


아이가 아플 때는 대신 아파주고 말고 싶은 복잡한 마음이 드는데 그럴 수가 없으니,

아이들은 어릴 때 조금씩만 아프고 그로 인해 각자 좋은 면역력을 가진 성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조금씩 쌓아가는 중에 있는 이 글을 접해주시는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몸 건강을 위해 챙겨드시는 무언가가 있으시다면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순간 하나 챙겨드시고 환절기 감기를 더 멀리 하시는 건강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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