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찾아온 반가운 이

말 그대로 입 안의 이.

by 달뭉치

당시 회사는 어느덧 여름휴가철.

해외를 다녀왔다는 직원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는 이 시기에

휴가는 썼지만 멀리 놀러 갈 수 없는 우리 가족이 있었고, 적정한 에어컨 온도의 우리 집이 이번 해의 여행지(?)였다.


이 일주일에서는 그나마 와이프가 여행 기분을 낼 수 있도록 와이프 대신 육아를 전담하여 아이를 볼 각오를 다졌었던 게 아직 기억난다.


우리 친구는 당시 8개월 차.

아직도 말은 못 하지만 그때는 지금처럼 의사표현도 명확하지 않은 우리 친구였기에 울음의 원인은 도무지 파악 불가.

그런데 분유를 주다가 우연히 아래쪽에 쌀알같이 작은 친구 발견!

“이게 뭐지..?” 하면서 아래쪽을 보기 위해서 입술을 살짝 아래로 당겨보니 싫다고 자지러진다.


“오..?”하며 이가 나오기 시작하는 걸 직감한 우리는 정보를 찾아보기로 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 나오는 순서 중 처음 나온다는 아랫니 부근에 이가 ‘뾰족’하고 손 내밀듯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이렇게 귀여운 이를 보았나.

이는 아래 두 개가 난 다음엔 위에 두 개 난다는 정보 등을 알아내고는 인체의 신비를 느낀다.

동시에 찾아오는 ‘잘 크고 있네’라는 안도감.


그러면서 아이가 우는 원인 중 하나에 이앓이가 있는 걸 알아냈다.

마구잡이로 귀 위쪽을 손으로 긁어대는 경우가 많았고 그러다가도 잠들기 전 투정같이 울어버릴 때가 많았는데 분명 친구 본인이 제일 힘들었을 거다.


이후에도 이가 더 나오면서 이앓이를 많이 하는 것 같았으나,

대신 아파해줄 수 없는지라 ‘커 가면서 겪어야 하는 과정이니 힘내서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라고 곁에서 응원해 주는 수밖에 없었다.

이때는 쪽쪽이를 물리는 게 정말 큰 도움이 됐다.

울다가도 쪽쪽이를 물려서 쪽쪽쪽하는 순간 집안이 정말 조용해진다.


그리고 또 하나 울음을 잠시 멈추는 방법이 있었으니,

“많이 아프지?, 어이구 고생한다. 그래도 많이 나왔네~ 홀롤롤롤” 하며 말을 걸어줄 때면 울다가도 나를 쳐다보고 잠깐 방긋 웃어주는 게 내 세상을 녹였다.

이때 봤었던 웃음들도 마음 깊이 새겨진 장면 중 하나.


유독 많이 울던 시기였는데,

흔히 어려운 시기라고 말하는 원더윅스였을 수도 있지만 아이의 울음에는 이앓이가 비교적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리라.

이 시기에는 분리불안도 많이 찾아온다고 하니 더 매달리기도 했었겠지..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고 빨리 커서 같이 놀러도 다니고 했으면 좋겠다.’ 싶다가도 “요즘 친구들은 10살만 넘어도 친구들이랑만 노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주변의 말들을 들으면 조금 천천히 자라서 안아줄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았으면 한다.

사실 지금도 시간이 훅훅 지나가기에 아쉬움이 안 남는다면 거짓말이다.

사실상 우리가 어느 정도 자라고 나면 부모에게 자연스레 안기고 안아드리고 하는 시기를 날짜로 세어보면 며칠이나 될까..


아무튼. 하루하루 같이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회사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 휴가 기간이 끝나가고, 회사를 가려니 와이프와 아이에게 왠지 모를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그리고 이 감정은 다시 출근하게 되더라도 ‘어린아이가 있는 집일수록 특별한 일이 없는 경우에는 역시 칼퇴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는 밑거름 중 하나가 되었다.


우리 친구의 이는 지금 위아래 4개씩 자리를 딱 잡고 아래에 1개가 더 나오는 중인데,

최근까지 쪽쪽이를 물렸어서인지 윗니 두 개가 약간 벌어져 있어서 이건 때가 되면 치과에서 진단을 받아봐야 할 것 같다.

요즘은 어릴 적부터 불소코팅 등으로 치아를 지켜가는 많은 방법이 있던데, 내가 이가 안 좋은 편이어서 잘 관리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누구보다도 많이 든다.

나쁜 것만큼은 제발 닮지 않았으면 좋겠는 부모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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