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를 씻기는 맛이란

목욕은 좋지만 머리 감기는 싫은 아이

by 달뭉치

우리 아이가 물에 들어간 걸 처음 접한 건 회사에 3주간 휴가를 내고 조리원에 같이 생활할 때였다.

조리원 생활 2주 차에 있었던 신생아 수영.

아기 목에 바람을 넣은 튜브를 두르고 아이가 둥둥 떠있는 그 시간에 눈을 조금 떴다 감았다 하더니

편안한지 축 늘어져 잠들어버리는 아이가 너무 신기했다.

기념사진을 찍어준다며 엄마 아빠가 잠깐 수면 위로 들어주라는 말에 물에서 슉 건지는 순간 들리던 아이의 울음.

당시에 영상으로 촬영해주지 않으셔서 사진과 우리 가족의 기억에만 남아있는 순간들이다.


이 시간은 3~5분 남짓.

울던 아이는 싸개에 폭 안겨서 다시 신생아실로 들어갔다.


그때의 대화가 아직 기억에 남는다.

“어머어머 이렇게 물 좋아하는 아이가 흔치 않은데. 얘는 조용히 자네요?”

“아 그런가요?”

“물 좋아하면 술 좋아한다고 하던데…?!”

“네?!”

“다 속설일 뿐이에요~”


말을 듣고는 속으로 생각했다.

‘술은 백해무익하단다 아이야. 술을 먹으면 실수가 있기 마련이야. 그래도 너가 살면서 즐길거리 중 하나라면 술에 비중을 너무 두지는 말거라.’


조리원을 퇴소하고 집에 와서는 산후도우미 아주머니와 몇 주를 함께했다.

이때 아이와의 목욕을 처음 접하고 배우게 됐다.


몸통을 지지하기 위해서 엄지와 중지 사이로 쏙 들어오는 아이의 몸통.

그리고 살짝 기댈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검지.

이때 최대한 빠르게 온도를 맞춰둔 욕조 2개를 중 하나로 먼저 직행해서 태지를 씻겨주고,

다른 욕조로 가서 언능 헹구어내는 과정.

아이는 온도변화에 약해서 빨리 감싸주고 뭘 입혀야 한다는 가이드를 준수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이 행복한 순간도 평생 잊지 못하리라.


이때도 도우미님의 말씀이 있었다.

“얘는 진짜 물 좋아한다. 신기하네.. 울거나 하는 애들도 많은데 내가 없더라도 목욕시키기는 정말 좋겠다.”


이후로도 우리 아이는 물에 몸을 담그는 건 진짜 좋아한다.

나중에 같이 수영장을 가면 얼마나 좋아할까?


하지만 어느 정도 자라난 뒤 난관이 있었으니,

머리를 감기려고 뉘이면 뒤로 넘어가는 느낌이 싫은지 눈물까지 고이며 엉엉 운다는 것.

이 친구가 말을 못 하니 답답할 따름이다.

뭐가 그렇게 싫을까..


“괜찮아 괜찮아~” 말하면서

빨리 머리를 감겨주고 욕조에 물 담긴 걸 가리키면서 보여주면 또 뚝 그친다.

왠지 울렸다는 미안한 마음에 욕조에 장난감 두어 개를 더 가져다 놓고는 ”자 들어가자~”하면서 입수하는 순간 친구의 얼굴에 웃음이 환하다.

그래봐야 5분 내외인 이 시간에 가장 믿고 있는 가족 옆에서 온전한 행복을 느끼는 아이의 기분은 어떨까?


아이의 목욕은 거의 내 담당으로 누가 “사실 사람이다 보니 매번 씻기기는 귀찮지 않아요?” 물으면 자신 있게 답하겠다.

“내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니까 다 좋습니다! :)”


나에게는 내 아이를 씻기는 맛이 곧 큰 행복이더라.

이전 05화언제 걸을 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