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의 성장이 조금 늦은 건 아닐까?
회사의 일은 회사에서 사용하는 메모장에 모조리 담아두고 퇴근하는 것과는 달리,
아이의 일은 하나하나 계속 관찰하고 곱씹어보게 된다.
이제는 우리 친구가 이 세상에 나온 지 450일도 넘었다.
그래도 아직 혼자서는 잘 서있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
아들은 걷는 게 좀 느릴 수 있다고 해서 지금도 그러려니 하고 있지만,
보통 돌이 지나고는 걷는다고 들은지라 마음이 조금 쓰이는 건 사실이다.
아장아장 귀엽게 걷는 아이들을 볼 때면,
‘저기 부모님들도 밤잠을 설치며 아이와의 힘든 100일의 시간을 견디는 단계부터 지금의 시기까지 얼마나 많은 산을 넘어왔을까.. 걸음마를 처음 목격했을 때도 분명히 온몸으로 그 기쁨을 누리셨겠지?’ 생각한다.
우리 친구는 물건을 잡고 일어서고, 한쪽 손만 잡고 걷기도 한 지는 시간이 꽤나 흘렀다.
그럼에도 스스로 걷지 않고 손을 놓으면 바로 ’툭‘하고 바닥에 엉덩방아 찧어버린다.
그리고 앉아서는 한 손을 바닥에 짚고 엉덩이를 뒤로 두어 번쯤 물리고는 살짝 찌푸리며 쳐다보는 게 꼭 “제가 조금만 더 있다가 걸을게요. 일단 안아줘 보세요.”라고 눈으로 말하는 것 같기도 하던데.. 이렇게 귀여울 수가!
귀여움에 몇 번을 반복하다가 엉덩이가 아픈지 나를 등지고 기저귀를 찬 귀여운 빵댕이를 보여주며 도망간다.
회사에서도 아직 걷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어떤 이는 안아줘 버릇해서 걷게 되면 안아주지 않을까 봐 빨리 걷지 않으려는 것 같다는 추측을 보였다.
조금은 이른 감이 있어도 이제 어린이집을 보내기로 한 우리 친구를 어린이집 선생님이 매일 안고 다니시는 수고를 하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싶은데
아직 혼자 일어서지도 못하고 걸을 의지가 없는 친구를 강요해서 걷게 만들고 싶지는 않다.
결국 한 손으로 잡고 걷는 연습을 꾸준히 시켜보는 방향으로 타협.
사실 발목이 아프다거나 무슨 문제가 있어 성장이 조금 늦은 게 아닐까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으나,
영유아검진에서 선생님은 개월수가 차긴 했는데 아직 못 걷는 거면 애기가 조심성이 많은 편이라서 그런 것 같다는 얘기를 해주셨기에
부모마다 찾게 되는 해법은 모두 다르리라 생각이 들어서 나는 아이 스스로의 성장을 기다려 보는 것으로!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면 “봤죠?”하면서 웃으며 일어서고 또 걷는 날이 찾아오겠지.
사람들 모두 저만의 속도가 있기에
우리 친구도 자신의 속도에 따라 조금 더 단단해지면 그걸로 만족한다.
일단 제일 좋아하는 딸기 하나를 주면서,
오늘도 알아들을지는 모르겠지만 슬쩍 말해준다.
“이 험한 세상을 헤쳐나가려면 늦더라도 어느 정도는 강해져야 한다 친구.”
걸으면 다들 눈을 뗄 수가 없고 고생길 시작이라고 하던데,
그마저도 기대되는 아빠의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