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건물에 에스컬레이터가 있고 지금 있는 층을 기준으로 상층으로 올라가는 경우
엘리베이터 이용 No.
계단 이용 No.
의 철학을 가진 이 여자는 에스컬레이터만을 이용한다.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2.
과거를 살펴보자.
이 여자는 유독 걸으면서 스마트폰을 본다.
한쪽 귀에만 블루투스 이어폰을 꽂고도 주변의 소리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양.
그러면서도 계단을 이용했고 네 번을 넘어졌더란다.
그 이후에는 직접 오르려 노력하지 않고도 엘리베이터보다는 천천히, 그리고 붐비지 않게 두 칸만 차지하면 스마트폰을 보면서도 그녀를 목적지로 데려다주는 에스컬레이터만을 타게 됐다고 했다.
#3.
그 여자에게는 회사 동료가 있다.
동료는 가릴 것 없이 목적으로 하는 상층부에 빨리 도착할 수단을 이용한다.
오늘과 이틀 전에는 계단. 어제는 엘리베이터.
꽤 친분이 있어 함께 점심을 먹고 난 후에도 둘의 결정은 달라진다.
동료는 말한다.
“회사에 에스컬레이터가 없으면 어쩔 뻔했어?”
#4.
동료는 강요가 없으나 지속적인 제안은 있다.
“오늘이야말로 같이 계단으로 가는 건 어떠니?”
오늘은 유독 그 말이 커다랗게 다가온다.
그리고 흔들린다.
‘지난달 건강검진에서 계단 이용을 적극 권장하긴 했었는데…’
#5.
“그래 한 번 같이 가보자.”
‘이동 중 스마트폰을 보는 습관부터 바꾸면 건강을 지키는 데 많은 도움이 되는 건 확실할 테니까.’
동료는 그녀의 결정에 놀란다.
#6.
자기 자신이 마음먹는 것과는 또 다르게,
지속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제안을 하는 사람은 한 번씩 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힘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살아가며 이런 인물들이 주변에 얼마나 있을까?
#7.
이동하면서도 스마트폰 속 세상에 오래 머물던 그녀는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고 이제 주변을 더 살피고 그(것)들과의 거리를 좁혀보려 한다.
에스컬레이터도 온몸으로 느껴본다.
시작점부터 발판의 생김새를 관찰하고 노란 선 안에 선다.
핸드레일을 잡으라는 문구에 핸드레일도 잡아보고,
목적지에 다다라서 발판이 다시 쏙 숨는 그 직전의 순간까지 버티고 서 있다가 고정된 은색 발판이 나오고 나서야 발을 떼고 또 다음 순간을 온전히 맞이한다.
스마트폰 속 세상이 너무 당연시된 현실에서, 스마트폰과 멀어지는 게 주변과 멀어지는 것보다 더 외로운 세상이 된 걸까?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네.”하며 그녀는 엎드려 낮잠을 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