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에 휴가를 더해 여행을 떠났다.
2019년을 어떻게든 보상받고 싶었고, 나를 모르는 낯선 곳에서 이방인이 되고 싶었다. 여행을 떠날 때는 영영 한국을 떠났으면 하는 마음으로 떠난다. 그러면 뭔가 더 사연이 있는 것 같고 폼이 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여행을 가도 집이 편하고, 하루의 여행을 마치면 침대를 보는 순간이 제일 설렌다. 여행이 끝나도 돌아갈 한국이 있었고, 여행이 끝날 때쯤이면 한국을 그리워하며 다시 이 곳을 안전하게, 가능한 빨리 오길 바란다.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를 그리워하면서. (칼국수,비빔밥, 감자탕)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올 여행을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어쩌면 여행을 떠나는 건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커져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에서 나오는 김영하는, 한마디로 역시 김영하였다.
이전에 읽었던 보다읽다말하다 시리즈에서 이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문학을 다루는, 글이 아니면 살 수가 없는 작가가 된 게 당연하구나라는 생각과 자유로움과 구속을 느낄 수 있었다.
요즘 책을 읽으면 이 사람은 어떤 이유로 이런 책을 쓰게 되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다가 내린 결론.
그는 여행의 이유를 정리해야만 다음 글을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여행을 갈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수많은 이유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라고 남의 생각을 쉽게 정리해본다.
무언가를 사랑하면서도 미워하는 경우는 한 끗 차이다.
떠나고 싶을 때는 내게 돌아올 집이 있지만 떠나야 할 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이번 여행으로 더 확실해진 것은 내게 생각보다 떠나고 싶을 때 떠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무언가를 사랑하거나 미워하는 정 반대의 개념처럼 떠나는 것은 사랑하거나 미워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떠나야 하는 것은 괜히 미워만 하고 싶다.
내게 떠나야 할 때는 거의 없어서 그런 상황에 처하면 많이 다칠 것 같다.
떠나야 할 때가 많았던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이별을 통해 마음이 단단해졌을지에 대해 고민해보지만, 쉽지 않다.
어쩌면 떠나고 싶을 때 떠났던 내게 마지막은 언제나 집이었고, 그게 큰 위안이 되는데
그 마음에 위안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