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2) 취하기로 한다.

by 성운

그런 하루가 있다. 뭔가 해낸 것도 없는데 자꾸만 뭘 해 낸 느낌이 주위를 맴도는 하루.

손 만 뻗으면 뭔가 잡고 싶은 게 닿을 것 같은 위치에 서있는 기분.

그런 기분이 발생할 때면 너무 낯 선 그 기분을 경계해본다.

소설 새의 선물에서는 보여지는 나와 바라보는 나를 분리해서 보곤 했다.

감정이 불안정한 어린 시기에 너무 일찍 세상을 깨달아버린 진희는 불행한 걸까, 아니면 행운인 걸까.

겉으로 느껴지는 외면은 내가 생각하지 못 한 부분을 건드려서 부럽고, 속에 있는 내면은 내가 알지 못하는 부분을 느끼게 해 주어서 부끄럽고, 도망가고 싶은 감정이 든다.

그렇지만 나는 아직 철이 없어서, 그 뭔가 잘 될 것 같은 정신승리에 취하기로 한다.

샤를 보들레르 말대로 취하라고 해서 오늘도 취한 후에 거대한 벽을 하나 세워본다.

위가 보이지 않는 거대한 벽을 언젠가 쓰려 트리고 싶다. 언제 이걸 모두 쓰러트릴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하면서 힘내 본다. 언제쯤 이 단단한 벽을 쓰러트려 길을 만들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하면서.

더 단단해지고 싶은 어른이 되고 싶다. 높았던 벽이 단단한 길이 되면 취하길 잘했단 생각이 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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