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화와 대화

by 성운

책과 영화를 주제로 하는 대화는 늘 재밌는 일이고 기대되는 시간이다. 누군가의 오랜 고민들이 만들어 낸 창작물. 각자의 주관이 해석되는 지점이 만들어내는 접점. 나는 그래서 그것을 풍성한 우주라고 말하고 싶다. 영화에 대한 글을 쓰면서 아쉬운 것은 조금 더 특별하게 바라보고 쓰고 싶었다. 이야기에 대한 나의 시선과 생각들을 잘 정리해서 글로 나타내고 싶은 마음. 이런 욕심은 절실히 나의 한계를 잘 알게 한다. 그래 이 정도면 됐다. 이 정도만 하자 정도로 덮어버린다. 나보다 더 말을 잘해주는 사람이 있기를 바라면서 무임승차하면 편할 텐데라는 생각. 하지만 너무 잘하면 안 돼 그러면 부러우니까라는 얄팍한 이기심. 요즘의 내 마음이 가지는 건 또 아무래도 좋으니까 영향을 많이 받았으면 하는 마음. GV나 북토크쇼가 가지는 시간이 엄청 소중하다. 올해는 그런 자리를 가능한 많이 참석하는 게 목표다. 영향을 받되, 혹시나 무의식적이라도 따라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고민까지 해본다.


코로나로 해서 영화관의 영화가 모두 망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 정말 망했다. 볼만한 영화도 없고 굳이 보러 가는 것도 민폐가 될까 봐 가지 못하겠다. 밀폐된 공간에서 2시간 동안 느낄 수 있는 공포의 시간.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 그것만 한 공포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선 공포영화를 보는 편이 아니지만 단체로 관람한 적이 몇 번 있었다. 공포영화에서 고어물만 아니면 그런대로 무서워하지 않고 본다. 간혹 이 부분에서 놀라게 할 거다라는 장면은 알면서도 큰 소리에 놀라긴 하지만 무서워하지는 않는다. 귀신을 연기할 배우를 생각해본다. 귀신 분장을 하고 사람을 놀라게 하는 그런 장면들. 스텝들 앞에서 배우는 놀라서 도망치는 장면들. 그런 장면들을 상상하면 공포영화는 다른 영화랑은 좀 다른 느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괴담을 위해서라면 촬영장소도 낯선 인형이 있었다 낯선 사람이 찍혔다가 있으면 마케팅에 좋겠지만.


공포영화는 재밌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묘하게 기분이 나쁘거나, 상당히 불쾌하거나, 굉장히 찝찝하거나, 괜히 봤나 정도의 생각들. 또 이 세상에 충분히 더럽고 추악한 것들이 많은데 굳이 영화도 이런 걸 봐야 하나라는 생각들. 그럼에도 이렇게 단체로 공포영화를 보고 있는 건 이 사람들과 같이 공포영화를 보는 추억과 대화의 시간을 가지기 위함인가. 아니면 정말 공포영화를 사랑하기 때문에 보는 건가라는 생각들. 한 다섯 번 정도 공포영화를 보는 시간을 가졌지만 단 한 번도 재밌었다는 반응이 없었던 것을 보면 나중에 안주거리나 이렇게 글을 남기기 위해서 본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결국 이렇게 그 시간은 글이 되었고, 특별한 날일 것 같은 공포영화를 본 시간은 소소한 웃음거리를 제공해주는 시간이 되었다. 공포영화는 왜 보는 것일까부터 놀라게 하는 장면이 나올 때 놀랐던 모습을 놀리는 것과 늦은 심야였기 때문에 누군가는 졸고 있었다고 깨운다고 영화를 집중해서 보지 못했다는 말들, 악령이 너무나 쉽게 죽어서 해결된 영화에서 이럴 거면 처음부터 저 방법을 썼으면 됐지 않냐라는 마무리의 허무함들. 꼭 지켜야 할 것을 안 지키는 주인공 빌런들. 꼭 먼저 나서서 죽을 것 같아 보이는 등장인물들. 갑자기 꼰대라도 된 듯 내 너 그럴 줄 알았다로 보게 되는 시선.


신촌에 살고 있었을 때 신촌 아트레온을 자주 찾았다. 넓은 공간에 몇 명의 사람만 영화를 보기 위해 대기하고 있어서 한적해서 좋았다. 여유도 있고. 지상층과는 달리 아트레온에서는 메기, 벌새, 경계선 같은 영화를 상영해서 자주 봤었다. 정말 좋은 영화를 보고 그 영화에 대해서 생각과 정리를 하는 시간이 좋았다. 최근에 벌새와 메기를 보고 본 사람들과 영화에 대해서 말하는 시간이 좋았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라던지 가버나움도 그런 영화였다.


GV는 우연히 패터슨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패터슨은 패터슨 시에서 버스 운전자인 시를 쓰는 패터슨 씨의 이야기인데 알고 보니 유명한 감독인 짐 자무쉬가 만든 영화였다. 영화는 조금은 지루하고 낯설고 특이하게 봤고, 의도하는 바를 정확히는 몰라도 대략 짐작하면서 아 이런 부분은 이런 거구나, 이런 거겠구나라고만 생각했는데,

GV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는 것을 듣고 나서 괜히 이 영화가 좋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시간이 지난 후에도 봤었던 기억과 느꼈던 감정을 천천히 글로 옮길 때. 단순한 글이 아니라 그때를 기억하는 현재의 나라는 존재가 최선을 다해 썼을 거라고 충분히 믿고 있다. 무엇보다 영화를 통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많이 할 수 있었던 시간이 될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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