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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운 Jan 04. 2023

정답이었으면 좋을 것 같은 일들

유난히 방송엔 퀴즈 프로그램 같은 게 많았다. 퀴즈를 순서대로 풀어나가다가 마지막 문제쯤엔 그들도 어려워서 힌트를 써야 했던, 그래서 맞추면 퀴즈상금으로 0이 많이 찍혀 있는 것을 들고 당당하게 포즈를 취했던 장면이 대부분의 퀴즈프로그램에 대한 나의 기억이었다.

나도 함께 맞추고 싶었지만 문제에 대한 정답을 맞힐 수 없었다. 그런데 왜 그런 퀴즈 프로그램을 봤던 것일까. 아는 문제라도 나올까 봐?     



퀴즈 프로그램이야 나이차가 좀 난다 해서 신기하게 봤지만 골든벨을 보는 당시 내 심정은 이상했다. 분명 나와 같은 나이대인데도 아는 게 더 많은 저 똑똑한 애들은 대체 뭘 했길래 저렇게 아는 것이 많을까.                



그러는 중에 의문이 풀렸다. 우리 학교에도 골든벨이 왔기 때문이다. 학교는 골든벨 참여가 확정되자 각 학급의 똑똑한 학생들을 대표로 선출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인정했던 '쟤는 최후의 1인이 가능하겠지'라는 애가 있었다. 한동안은 골든벨 참여학생들은 모여서 연습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이 기억은 틀릴 수도 있다.

워낙 오래된 예전 일인 데다가 기억은 거짓장면을 만들어서 나도 그것이 참일 거라고 착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사실은 지금 내가 기억을 해가는 과정에서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더 기억하도록 하겠다. 아무튼 그렇게 그들이 연습을 한 걸로 기억하고 있다. 남은 우리들은여전히 자습을 했지만 자습 때는 빨리 시간이 가기만을 바랐던 것 같다. 그때 책이라도 읽게해주었다면 뭔가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보수적인 고등학교에서 그런 것을허용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골든벨이 무사히 진행되는데 우리는 학교의 영광을 위해서 관중석을 메꾸는 응원객이 되었다. 사실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 그러니까 골든벨을 했는데 골든벨을 울렸는지 아니면 아깝게 실패했는지 아니면 정말 어이없이 다 떨어진 건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는 것이다.그렇게 골든벨이 끝났는데 왜 하필 지금 이 생각이 났을까.     



아무래도 정답 같은 것을 바라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살아갈수록 부딪히는 의문이 생긴다. 열심히 사는 것, 행복하게 사는 것, 잘 사는 것에 대한 의문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아주 지겹도록 의문을 품어도 해결되지 않는 슬픔 가득한 것들이 20년 전의 기억을 불러일으킨 듯하다. 그러니까 이 의문은 그냥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어떤 가치에 정답이 있다면 모두가 정답을 맞히려고 노력할 것이고, 그렇다면 정답을 맞히는 사람이랑 못 맞추는 사람이 반드시 생길 텐데 문제는 정답을 못 맞히거나 과거의 골든벨 문제처럼 정답을 모른다면 정답을 모르는 사람으로 계속 남아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사실 정답을 모른다고 해서 가치가 없어지진 않으니까, 막 서운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도 들긴 한다.     



1월이 되었다. 해가 지나도 여전히 많은 의문이 자리 잡고 있다. 정답이 있으면 하는 일들이 자꾸 생긴다. 질문 리스트를 짜보고 정답을 적어나가 볼까 하다가 생각보다 질문이 없을 수도 있겠다란 생각을 하고 포기한다. 그랬다가 스스로 퀴즈를 만들어볼까라고 생각해 본다. 그러면 이게 내가 만드는 골든벨 같은 걸까. 남이 만든 문제도 못 푸는데, 내가 만든 문제도 못 풀다니 하면서.     



그래서 적어도 내가 내는 질문은 맞추게 하려고 힌트를 섞은 질문을 하나씩 만들어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맛있는 것을 먹자 / 재밌는 것을 보자 / 즐거운 것을 하자 /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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