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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안에서

by 성운

창 밖에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민수는 그 소리에 놀라서 깼다. 조금만 자려고 했던 낮잠은 초저녁이 되었다. 창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고, 찬 바람이 들어왔다. 문을 닫으면서 한숨을 크게 쉬었다. 물을 틀고 온수가 나오는지 확인했지만 여전히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틀째였다.

건물 전체 보일러가 고장 났다. 집주인은 내일까지는 더 봐야 한다고 했다. 뒤이어 메시지가 왔다. 그는 이어 목욕탕 값을 줄 테니 목욕탕을 가란 말을 했다.

전 날 자정 정후가 익숙한 듯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부산에서 막차를 타고 서울로 왔던 것이다. 민수가 서울역 근처로 이사 온 지 1년. 친구들은 서울역에 올 일이 있을 때 민수의 집에 들렀다. 그러면 친구들은 민수와 플스게임을 했다. 정후 역시 그중 하나다.

“한 겜더?”

정후보다 축구 게임 실력이 있는 민수는 쉽게 정후의 팀을 제압했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4시였다.

“씻을래. 잠 온다.”

씻으러 간 정후가 한동안 나오지 않다가 민수에게 말했다.

“보일러 고장 난 거 같은데?.”

“고장 났어.”

정후가 그걸 왜 이제 말하냐는 식의 표정을 지었지만 민수는 샤워인지 몰랐다고 했다.

“집에 언제 갈 거야?”

정후는 이번에는 국가대표 잉글랜드를 고르면서 말했다. 잉글랜드는 정후가 좋아하는 팀이었다.

“헤어져서 이제 거기 못 들어가.”

“그럼 짐은?”

“아직 거기 있어.”

민수는 쉽게도 연달아 두 골 넣었다. 민수는 자신보다 훨씬 못 하는데 상념에 빠진 정후의 플레이가 더 맥없이 느껴졌다.

“다 버린대.”

“짐을?”

“응 옷이랑, 다. 부산에 가서도 계속 싸웠어.”

“너무하네.”

정후는 5골을 먹자 민수의 어깨에 손을 얹고는 고마해라라고 말하며 일어났다.

목욕탕에선 어린 아들과 온 아빠로 구성된 조합이 몇 명 보였다. 온탕이 그동안 씻지 못한 몸을 녹이는 듯 민수는 편안함을 느꼈다. 뿌연 열기 속에서 정후가 울고 있었다.

“온탕에 눈물 떨어진다. 더럽게.”

“어 내가 울었냐?”

“별로 안 좋아했다며. 그런데 이번엔 저번보다 더 심하네?”

“나도 이럴 줄 몰랐다.”

안 그래도 못 난 정후가 계속 울상을 지으니 더 못나보였던 민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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