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란 걸 알았지만 한참을 꿈에서 허우적거리다가 깨어났다. 긴 잠이었다. 긴 잠은 죽음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죽은 것은 아니었다. 나는 의미에 대해 떠올렸다. 나는 불현듯 영생을 떠올렸다. 죽음이 없다면 삶은 의미로 가득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영생의 세계에 사람들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서 더 위대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역시나 곧 불안해졌다. 인간의 역사는 언제나 옳은 쪽으로 진행되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수많은 악인이라 부를 수 있는 인물을 떠올렸다. 악인을 떠올리면서, 한 편으로는 그들의 죽음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나는 죽음이 두려웠다. 죽음이 두려운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이제 하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곧 내가 좋아하는 존레논의 imagine을 재생시켰다.
3.
그가 찾아왔다. 꿈에서 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그를 맞이했다.
나는 그에게 삶 이후의 삶에 대해 물었다.
그는 말했다.
삶이 끝난다면 말 그대로 죽음이기 때문에 삶 이후의 삶은 없다.
나는 단호한 그의 대답이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맞는 말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 대답은 역시나 내게 허무함을 가져왔다. 삶 이후엔 죽음이 있고 죽음은 말 그대로 끝이라는 말 때문이었다.
그의 답을 들은 이후로 나는 삶은 무의미한 것이라 여겼다. 나는 이게 변할 수 없는 진리라고 생각했다.
4.
이번에 나는 그에게 영혼의 존재에 대해 물었다.
그는 말했다.
만약 영혼이 존재한다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영혼이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번에도 나는 그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영혼이 없다면 죽음 이후 애도와 의식은 무엇이란 말인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의 말이 맞았다. 나 역시 영혼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어떤 식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느낄 수도 없고, 냄새를 맡을 수도 없다. 그저 존재하고 있다고 여기는 어떤 무언가에 대해서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결국 나는 그가 가장 싫어할만한 대답을 하고 싶었지만 참기로 했다.
저는 영혼이 있다고 믿고 싶은대요. 왠지 이 말을 하면 그는 믿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말할 것만 같았다.
이번에는 그가 내게 죽음이 두려운지에 대해 물었다.
나는 말했다.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두렵지 않다. 하지만 알지 않는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는지 모르기 때문에 죽음은 두렵다.
그는 그럼에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왜냐고 물으니 죽음은 삶의 끝에만 찾아오는 것이라는 대답이었다. 나는 이번에는 그가 틀린 대답을 한다고 생각했다. 삶 이후의 삶이 없기 때문에 살아가는 동안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말했다. 두려움의 감정은 충분히 가질 수 있을만한 감정이지만 적절한 감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그런 대답을 하는 그가 미워지기 시작했다.
5.
imagine노래가 끝난 후 이번엔 존레논의 oh my love를 재생시켰다.
1980년에 존레논이 갑자기 죽었다. 존레논의 죽음은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었을 것이고, 지금까지도 존레논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이어지고 있다. 나는 존레논이 불멸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존레논은 틀림없이 죽었다. 분명한 사실이다. 이 사실을 거부한다면 이 사실을 거부할 수 있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존레논은 죽은 것이다. 존레논이 불멸한다고 여기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 의해 기억되고 있는 것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기억한다고 해서 존레논이 다시 살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기억되는 죽음도, 기억하지 못하는 죽음도 모두 같은 죽음이다는 측면에서 죽음은 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6.
마지막으로 삶의 가치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하지만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제는 나 혼자 물어보고 대답하고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나는 그럴 자신이 없다. 나는 앞으로도 수많은 질문을 하며 살아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질문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질문이 없으면 대답이 없고 대답이 없다면 증명하지 못한다. 정말로 두려운 것은 여기에 있다.
삶은 그렇기 때문에 더욱 진실을 바로 마주하는 용기, 비판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으로 나 혼자 물어보고 대답하는 것은 해냈다. 나는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이것은 죽음에 대한 나의 대답일 뿐, 아무런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증명할 수 있을까? 아마 증명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럼에도 나는 늘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대답을 해야 한다. 증명은 그다음 순서다. 이게 삶의 가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