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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타는지성인 Sep 24. 2019

갑작스러운 이별통보 같은 영화
예스터데이

노래는 전설이었지만

안타깝고 아쉬운 영화를 보는 건 예고치 않은 이별과 같다.

이런 비통하고 슬픈 감정은 누구도 이해하지 못한다.

오직 내 심정만이 알 수 있다. 어느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나는 현재 누구보다 슬픈 영화의 주인공이다. 적어도 이 영화를 본 나는 내가 사랑했던 사람에게 갑작스러운 이별통보를 받은 것과 다름이 없었다.

이별통보를 받은 나는 무엇부터 잘못했는지에 대한 철저한 복기를 시작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말해봤자다.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은 의미 없는 위로 아녔던가.


물론 비틀즈의 음악은 좋았지만


비틀즈의 예스터데이는 전설이다.

어떤 누구도 예스터데이 노래를 들으면 빠져든다고 확신한다. 그 시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어떤 아련한 느낌, 추억, 없던 기억도 만드는 복합적인 감정으로 인해 살아 생생히 머릿속의 필름으로 재생된다.

아니 예스터데이가 그래? 그런 위대한 노래였어?

장담한다. 영화의 모든 시간을 예스터데이로 채웠어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예스터데이는 그만큼 위대한 창작이니까.

그런 예스터데이를 예스터데이에선 예스터데이를 잠깐 부르는 것으로 끝을 냈었다. 

물론 예스터데이 노래만 들려주려고 만든 영화가 아니니까.

위대한 뮤지션의 음악을 전달자의 시점으로 충분히 옮겨주어야 할 사명이 있으니까.

동시대에 비틀즈가 있었다는 건 그만큼 행운이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을 테니까.



그래 예스터데이는 비틀즈의 위대함을 알리기 위한 첫 시작이고, 나는 이제 전설이 시작되는구나라는 기대감으로 들떠서 영화에 집중했다.


숨죽일 수밖에 없었던 노래 예스터데이는 영화의 설정처럼 마치 첫사랑처럼 다가왔고, 살짝 눈물이 맺히기도 했다.

얼마나 좋은 노래인지 다시 한번 느꼈던 굉장한 시간이었다.

세상에 비틀즈가 없었다면  그 시대의 사람들이 꽤 불행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까지 드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그 이후의 영화 내용이 좀 이상했다.

나는 어렵사리 고백을 통해 그녀의 마음을 훔쳤고, 멋진 키스를 나눈 뒤 다음 날 멋진 옷과 완벽한 계획으로 데이트를  머릿속에 시뮬레이션하며 잠을 잤다. 달콤한 잠에서 깬 나의 첫 카톡 메시지에는 더 이상 나를 만날 수 없다는 그녀의 메시지.

뭐가 잘 못 된 거지.

내 서투른 키스가? 아니면 데이트 계획이? 통화를 먼저 끊어서? 고백 멘트가? 장소가? 점심때 자장면을 먹어서?


복기를 했지만 더 이상 잘못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 영화는 그냥 이렇게 내게 이별을 알렸다.

위대한 비틀즈라는 완벽한 뮤지션이 나오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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