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했던 말과 생각이 다른 사람의 입에서 나올 때 내가 그때 그런 생각을 했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완전히 잊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엔 내가 그런 말을 했냐며 흠칫 놀라긴 하지만, 가만히 그 말을 곱씹어 보면 분명히 내가 사용했던 언어과 생각이었단 걸 알 수 있다. 그 때 내가 원하는 상황은 지금도 생각은 비슷하지만, 그때랑은 조금 변했어이다.
며칠 전에도 그랬다. Q가 내가 했던 말이라면서 해주는데, 처음엔 다른 사람이 한 말처럼 느껴져서 생소했다. 누군가에 의해 내가 쓰는 언어로 들리는 일은 민망하면서 부끄러워서 말을 아껴야 하나 싶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 말이 괜히 반가웠다.
그때 나는 누군가와 즐거웠고, 이 순간이 소중했으며, 이 추억이 영원할 것만 같았다. 그러니까 의미 있는 것이라고. 그렇지만 동시에 즐겁고, 소중하고, 추억이 남을 것 같아도 기억나지 않는다면 무의미할 거라고.
이 말을 Q에게 했을 때가 생각났다. 그때는 좋긴 했으나 지나가는 순간이 아쉬워서 했던 말이었다. 누군가는 무의미라는 단어가 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실제로 무의미에 초점을 맞추기도 했다. 왜냐면 실제로도 그때마다 소중한 시간으로 남을 듯했지만, 결국 기억과 기억은 섞여서 제대로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작년 이맘때는 모임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 송년회를 했다. 두 명은 저녁 요리를 준비하고, 두 명은 식사 자리를 준비하고, 나와 다른 한 명은 송년회 저녁 모임 자리를 꾸몄다. 그건 창문에 우리가 쓴 글을 모아둔 각양각색의 색종이를 인스타 감성이 느껴지게 붙이는 것이었다. 사진에 잘 나와야 하니까 이렇게 하면 예쁘게 나올 거다 이건 이 모양이 좋다를 고민하며 붙였다.
그러고 나서 얼마 후 저녁 요리가 하나씩 테이블에 올려졌다. 준비된 식사 자리를 완성한 건 그때 우리가 꽂혔던 지코바였다. 지코바 양념구이와 소금구이는 순식간에 동이 나서 아쉬웠다. 직접 만든 파스타와 떡볶이 역시 맛있게 먹었다. 그날 술은 피나콜라다와 깔루아밀크를 마셨는데, 이건 둘 다 내가 좋아해서 많이 마시기도 했다.
먹는 시간이 지나고 다음에 우리가 할 일은 서로의 글을 보는 것이었다. 그중 특별히 내가 기억하고 싶었던 글은 시절 인연에 관한 글이었다.
시절 인연을 보자마자 생각한 건, 영원과 기억 두 개에 관한 것들이었는데, 그 글에선 분명 그때그때 인연을 소중히 하자로 마무리한 것 같은데 나는 또 혼자 부정적인 생각에 빠져서 이 시간도 소중하지만 분명 잊혀지면 무슨 소용인가를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무의미함을 떠올렸다.
우리는 이후로 각자의 시간을 보냈다. 여전히 같은 채팅방에서 하루의 일상을 가끔 공유한다. 하루의 시간이 쌓여가는 일상이 얼마큼의 의미가 있을까 하면서. 그러다가 이 지독한 무의미함을 요즘 다시 떠올리고 있었는데, 때마침 누군가에게 이 말을 들었던 것이다.
과거의 나는 그 말을 했고, 현재의 나는 여전히 그 말을 동의한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의 나에게 현재의 내가 이 생각은 어때로 회유하고 싶었다.
나는 언제나 인생에 가장 강한 적은 과거의 나라고 생각한다. 과거의 내가 했던 말, 생각, 행동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된 것으로 생각하고, 그건 또 미래를 만들 거니까. Q도 과거의 내 말에 공감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오랜 시간 기억에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Q와 나는 살아왔던 환경은 달랐겠지만, 우리는 비슷한 시대를 살아왔다. 특히 MBTI도 같아서 비슷했던 경험과 생각을 해왔을 것이다. 그게 언어로 정리가 되어 있지 않거나, 표현이 되지 않았어도, 생각의 전염은 그만큼 쉬울 테니까. 그건 다시 무의미함을 꺼내는 손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 손을 잡았다. 그러고 나서 그때와 생각은 비슷하지만 조금은 달라진 부분이 있어라고 말하고는 무의미하니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최근의 고민을 말했다.
요즘 나는 기억이 무뎌진다는 것을 느낀다. 친구와의 대화에서도 우리가 몇 년 전 갔던 여행과 생각을 나눴던 일들까지, 오래된 퍼즐을 맞추려면 꽤 긴 시간 동안 대화를 통해 조각을 맞춰야 한다. 때론 퍼즐 그림이 맞지 않아도 맞다고 착각하는 건 아닐까 하지만, 그 불안도 잠시 일단 퍼즐을 맞췄다는 것에 만족한다. 이런 시간도 일부분이다. 대부분은 잊고 지낸다.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 불쑥하고 기억이 튀어 오르면 그게 어떤 건지도 모르고 놓치고 만다. 그렇다면 과거의 말대로 사실은 그 모든 것들이 무의미함이니까 무의미함으로 남겨두면 안 되냐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이런 부분이 두려워졌다. 추억이 소중한 건 추억으로 남아서 소중한 게 아니라 추억도 잊혀질 수 있기 때문에 소중한 것일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을 말한 뒤에야 또 한 번 순간을 지내보자는 생각을 하고 사람들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