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릇을 발견하니 괜히 부끄러워진다.

by 성운

마감이영감을 신청하고 나서 블로그에 쓴 글들을 오랜만에 읽었다.

2016~7년 그러니까 인스타그램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카카오스토리와 블로그를 병행하며 기록하는 생활을 이어 갔던 흔적들이 괜히 반가웠다.

썼던 글엔 예전의 내 모습이 그대로 묻어 있었고, 그땐 이런 생각들을 하며 살았구나라고 추억에 잠길 수 있어서 좋았다. 문제는 비밀 댓글이었다.

비밀 댓글은 작성자와 댓글을 쓴 사람만 볼 수 있어서, 당시 카톡에서는 느낄 수 없는 다른 아날로그적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비밀 댓글은 꾸준한 블로그 생활을 하게 된 여러 원동력 중 하나였다.

몇 년이 지나서야 새삼 느낀 문제는, 그때 쓴 댓글엔 지금의 내가 허용할 수 없는 과다의 ㅋㅋ를 붙이고 있었다. 그게 나는 많이 어색해 보였다.

왜 말끝마다 ㅋㅋ가 붙어 있는지, 왜 안 붙여도 되는 ㅋㅋ를 굳이 붙였던 건지, 괜히 부끄러운 감정에 블로그를 종료했다.

그때 내게 ㅋㅋ는 자연스럽게 붙어 있는 말들이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일종의 버릇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서 블로그보다는 카톡과 인스타그램을 주로 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ㅋㅋ가 많이 사라졌고, 이모티콘 사용을 늘렸던 것 같다.

최근에는 ㅋㅋ도 없고 이모티콘도 없고.(점)이나..(점점)이 늘었는거보니, 나이가 든 걸까 싶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와 ㅎㅎ는 어쩔 수 없는 노화의 현상이라는 트위터 명언이 있던데, 곧 그렇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밀 댓글에서 몇 년 전의 내 모습을 발견하니 메시지를 주고받는 일련의 모습들이 조금 보이는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비밀 댓글을 보며 생각 하나를 떠올렸다.

이건 내가 쓴 댓글이 아니다. 이게 내 결론이다. 라고 블로그를 또 한동안 묻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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