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인 건가. 그녀는 항상 나에게 친절했고,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우연히 만나는 날이 많았다.
물론 아주 사소한 것에도 나는 의미를 붙였고, 짝사랑을 키워 나가며 허락되는 하루의 행복의 크기를 마감하며, 그녀를 생각했다.
나는 내 친구들에게 많이 말하고 다녔다. 그럴 때마다 친구들은 엄청난 욕과 인신공격을 했다. 그래도 좋았다.
복학 후 대학생활은 20살 때와는 달랐다. 어느 정도 학점을 위해 시험 준비를 열심히 했고, 외로움을 조금 벗어내려는 동아리 생활들로 한 학기를 채웠다. 전공수업이 세 시간이면 제발 오늘은 두 시간 반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강의실을 들어갔다. 그러나 생각과는 다르게 세 시간을 꽉 채운 불운한 그 날의 수업에서 난 행운이 있게도 그녀를 보았다.
영화의 클리셰 장면처럼 그녀의 모든 것이 천천히 눈에 담긴다. 뒤돌아볼 때 흔들리는 머리카락, 바라보는 눈빛, 말하는 입술 모양, 살며시 짓는 기분 좋은 미소.
첫사랑이었다. 그렇게 아름다운 꽃잎이 떨어졌다.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무슨 대화를 했었던 것 같다. 전공수업을 같이 듣는다면 해야 할 얘기들, 대학생이라면 같이 나눌 얘기들, 같은 학과라면 해야 할 얘기들, 방학 때라면 해야 할 얘기들, 이성의 관계라면 궁금할 얘기들, 사람이라면 궁금할 얘기들.
그래서인지 나는 그녀 때문에 문득이란 말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방학을 잘 보내고 있었다. 그때는 싸이월드의 비밀방명록이 대세였다. 그런 몇 번의 주고받음이 끝날 때 방학도 끝이 났고
우리는 새로운 학기를 시작했다.
학기가 시작되면서, 새로운 사람들과 환경과 수업들이 이 전 과는 다른 시간을 만들었다.
나는 동아리에서 여자 친구를 처음 사귀었고,
그녀는 며칠 뒤 나랑 같이 다니는 여자를 보고 여자에 대해 물었고, 나는 그녀가 곧 남자 친구가 생겼다는 얘길 들었다.
그 날, 유난히 구름이 예뻤던 하루에
나는 버스를 타고 바깥을 보는데 윤하의 기다리다가 너무 귀에 들어와서 그 기다리다가 너무 생각이 나서 몇 년간 듣지 않았다.
문득이라는 단어는 그때가 생각나고 그리워서 나는 문득이란 단어를 좋아하게 되었다.
문득, 날씨가 좋아서 생각났고 문득, 구름이 예뻐서 생각났고 문득, 지나가는 노래가 좋아서
문득, 생각 나는 글 한 줄기
어설프고 찌질했던 이십 대의 첫 짝사랑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