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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신뢰를 담은 로고, 헤럴드리의 매력

by 미나

회사의 로고를 만들 때 오랜 전통과 신뢰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본 적 있으세요?

특히, 지역의 오랜 전통을 이어가는 브랜드라면, 로고를 통해 이런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때 활용할 만한 디자인 방식이 있는데, 바로 '헤럴드리'입니다.




헤럴드리가 뭐죠?

헤럴드리는 중세 유럽에서 시작된 역사적인 디자인을 말합니다. 주로 가문이나 왕족을 상징하기 위해 만들어졌어요. 쉽게 말하면, 가문이나 지역의 자부심과 전통을 담은 문장 같은 것입니다.


독일의 예술가 알브레히트 뒤러에 의해 체계적으로 발전하며 하나의 예술 형식으로 자리 잡았어요.

헤럴드리 디자인은 방패, 동물, 식물, 문양 등 다양한 요소들을 조화롭게 조합하여 메시지를 전달해요

예를 들어, 사자는 용기와 권력을, 방패의 색상과 선은 가문이나 지역의 역사를, 독수리는 통치력과 힘을 상징합니다. 단순히 멋진 그림이 아니라, 각각의 요소가 스토리를 담고 있어 더욱 매력적인 디자인 방식입니다.


스크린샷 2025-01-10 오후 8.33.45.png 출처: pexels.com




헤럴드리가 지금도 쓰이나?

헤럴드리가 중세 유럽이나 왕족을 표현하는 과거 속 유물 같지만, 지금도 여러 곳에서 헤럴드리 디자인이 적용된 심볼 등을 많이 볼 수 있어요.

예전에는 회화적인 느낌이 강하고 화려하고 복잡한 표현에서 현재는 조형적 표현들로 많이 간소화해서 쓰이고 있습니다.


너무도 멋진 차 포르쉐도 헤럴드리 형태의 심볼을 사용하고 있어요.

역사, 전통, 기술, 신뢰, 자부심, 유럽 특유의 브랜드 디자인, 지역성을 잘 반영하였습니다.

포르쉐는 빈테부르크의 슈투트가르트 지역에서 탄생했어요. (우리나라로 치면 인천시의 땡땡구 같은 지역일려나요?)

그래서 방패모양에 슈투트가르트(Stuttgart) 마을의 상징인 말과, 비텐부르크(Württemberg)의 상징인 사슴뿔, 적과 흑의 색상을 그대로 반영했습니다.

마을의 상징들을 잘 넣어 전통과 역사 자부심을 표현했어요.





스크린샷 2025-01-10 오후 3.25.32.png 출처: 나무위키



또한 국내외 대학교에서도 헤럴드리를 사용하고 있어요. 서울대학교, 고려대학교, 연세대학교와 같은 주요 대학들의 로고는 모두 헤럴드리 스타일을 기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각 학교의 전통과 권위를 상징하고 학문적 깊이와 명예를 전하는 데 있어 이만큼 적합한 디자인 방식이 없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스크린샷 2025-01-10 오후 3.23.40.png 출처: 나무위키 (고려대, 서울대, 서강대, 연세대)




또한 축구팀의 심볼도 떠오르시나요? 대부분의 축구팀 심볼은 중세 전통을 담은 헤럴드리 스타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중세에는 기사들이 국가와 마을의 명예를 걸고 대결을 펼쳤다면, 오늘날 축구팀은 국가를 대표하며 기사정신을 발휘해 경기장에서 멋지게 싸우고 있습니다. 이렇듯 축구팀 심볼에 담긴 헤럴드리는 단순한 로고 디자인을 넘어, 선수들에게 팀과 국가 및 지역의 명예를 위해 싸우게 하는 자부심을 주고 있습니다. 팬들에게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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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나무위키 및 구글



그 외에도 역사와 전통을 가진 술 브랜드에서 헤럴드리를 사용하고 있으며, 럭셔리 패션브랜드로 알고 있는 프라다 역시 밧줄 장식의 헤럴드리 디자인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보의 왕가의 권위를 상징하는 밧줄 장식은 프라다가 1919년 사보이 왕가의 공식 공급업체로 선정된 후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왕실의 전통과 귀족적 품격을 상징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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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리 로고, 어떻게 만들면 좋을까요?

헤럴드리는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지만, 알브레히트 뒤러에 의해 체계화되고 이론적으로 정리된 덕분에 누구나 제대로 이해하고 노력하면 충분히 만들 수 있는 디자인입니다.

알브레히트 뒤러는 헤럴드리 디자인을 체계화하는 데 큰 기여를 한 인물이에요. 그분은 가로선을 페스(Fess), 세로선을 페일(Pale), 그리고 V자 형태의 선을 쉐브론(Chevron), 방패를 사등분하는 쿼터(Quarter) 등으로 분류하며 상징적 요소들을 명확히 정의하고 정리했습니다. 이렇게 상징적인 요소들을 정리하면서 헤럴드리를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의미와 이야기를 담은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발전시켰어요.


여담이지만 알브레히트 뒤러는 두 개 이상의 글자를 조합한 모노그램으로 자신의 심볼을 사용해 브랜드 가치를 알린 분이에요. 디자인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입니다.


스크린샷 2025-01-10 오후 9.54.43 복사.png 출처: 위키백과



브랜드가 역사적 전통이나 오랜 가치를 자랑하고 있다면 헤럴드리를 활용해 보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헤럴드리는 단순히 멋진 디자인을 넘어, 방패, 동물, 식물 같은 상징 요소들을 통해 브랜드의 이야기와 철학을 깊이 있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꼭 로고 제작에 활용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일상에서 이런 심볼을 마주쳤을 때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생각해 보고 해석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입니다. 각 요소가 담고 있는 이야기와 메시지를 이해하다 보면, 단순히 보이는 이미지가 아니라 그 속에 담긴 깊은 전통과 상징성을 느낄 수 있을 거에요.


저도 개인적으로 헤럴드리 스타일의 심볼작업을 해보고 싶어 몇 번 시도해 본적은 있었는데,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아 내놓기 부끄럽더라구요. 그렇게 작업을 해보고 나서야 헤럴드리를 보며 얼마나 아름다운지,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지 감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글을 통해 이런 로고 스타일도 있다는 것을 여러분께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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