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 살면서 자연스레 여행이 일상의 일부가 된 것 같다. 한 해를 돌아보면 싱가포르에 머무는 시간은 약 7개월 정도, 나머지는 한국이나 주변 국가를 여행하며 보내는 것 같다.
싱가포르는 작은 도시국가다. 처음엔 그 작음이 신선하고 편리하게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섬 안에 갇힌 기분이 들기도 한다. 주말이나 짧은 연휴만 있어도 발리, 푸켓, 방콕, 조호바루, 쿠알라룸푸르 같은 곳으로 자연스럽게 발길이 향한다. 사실, 단순히 싱가포르가 작기 때문만은 아니다.
싱가포르를 벗어나면 물가가 확 낮아진다. 발리에서 고급 리조트에 머물거나 방콕에서 마사지와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비용이 싱가포르에서의 평범한 주말보다 저렴하다. 그러다 보니 "왜 집에 머물며 돈을 더 써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여행은 싱가포르에선 경제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이건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싱가포르에 사는 사람들, 특히 외국인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자주 들을 수 있다. 사람들은 작은 모임을 만들어 함께 운동을 하고, 서로의 집에 초대해 bbq를 즐기는등 싱가포르 생활의 단조로움을 극복한다. 그리고 가족끼리 함께 여행을 떠나기도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여행이 단순히 즐거움이 아니라, 싱가포르 생활의 필수 요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싱가포르는 정말 살기 좋은 곳이다. 효율적이고 안전하며, 모든 것이 잘 정리된 도시다. 하지만 가끔은 그 안정감이 일상에 지루함을 더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새로운 자극을 찾아 떠나고, 여행을 통해 균형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