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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찰먼지 May 21. 2021

나를 믿어준 사람들

그래도 일단 해보기까지, 

      

원래 내 인생은 끝없이 어렵지만, 남의 인생은 참 쉬워보인다.

 부끄럽지만 그게 나의 도전의 시작이었다. 

대단해 보이는 모든 것은, 하다보면 그럭저럭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이렇게 할 수 있게 되는데 내 청춘이 간다. 성과는 없어보이고

 내가 작아보이는 이 시기를 버틴다는 것은 이렇게 말로 몇자 적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내 동생은 스타트업을 꿈꾸는 공대생이다.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을 좋아하고,

남 앞에서 자기 주장을 거리낌없이 펼친다. 머리도 좋아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주제에 대해 

아는 것 같다. (나는 사람의 타고난 기질을 믿는다. 우린 꽤 다르다 - 하지만 나도 꽤 매력적이다)

동생을 바라보며 그가 시도하는 모든 것들이 내가 평생 못 할 것으로만 보였고, 부러워만 했었다. 

나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거기에 크게 관심이 없는 척 했었다. 

여우의 신포도. 이것의 나의 주특기였다. 


그때 당시 나는 방송작가를 그만두고, 3개월동안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했다. 

업무상 개발자님과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점심 먹고 간단히 수다를 떨면서 

그냥 가볍게 '이런 어플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 

'좋은데요? 만들어요!'
시작은 겨우 한 마디였다. 


물론, 이 한 마다로 짠! 하고 인간이 바뀌었을 리가! 없다. 말했다싶이 나는 프로고민러이다. 

그런데 그 이후에엔 마음 속에 질문 하나가 꽃 피웠다.  '진짜 나도 할 수 있을까?'. 

이 생각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니 남들도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어서 자신감있게 시작하는 것이 아니었다. 일상적인 아이디어로 와디즈에서 펀딩을 받고, 네이버스토어팜에서 돈을 벌며, 

인스타에서 자신을 홍보해 기업들과 협업을 해나가갔다.

 물론, 세상의 모든 도전이 성공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고,

그 분들이 그렇게 대중으로부터 특별히 선택받는 과정이 쉬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노력과 시간을 내가 어찌 감히 알겠는가. 

근데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란 발칙한 생각이 들었던 건 사실이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지, 우리 가족은 귀신같이 눈치채고

(내가 매일같이 열심히 떠벌렸다 - 엄마가 멀미가 난다고 한 정도) 옆에서 나를 부추겨줬다.  

나는 살면서 반장을 해 본 적도 없고, 그렇게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산 적이 없었다.

그런 건 내 분야가 아니었다. (나는 반장이랑 친한 웃긴 친구였다.) 

그 생각을 내 동생이 알았는지 몰랐는지, 나만 보면 에둘러 응원을 해줬다. 

‘누나, 여성이 생각해낼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은 정말 무궁무진한 것 같아.

그건 남성은 절대 생각해낼 수 없는 거야. 나도 고민이 많아. 근데 성공한 사람들은 

그 시간과 고민이 '성공해내고 나면 별 거아닌 추억이 된다'는 식으로 말하더라. 

나는 누나나의 아이디어가 좋다고 생각해'  


그날도 그렇게 얘기를 듣다가 문득 그냥 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나의 도전에 대한 응원을 그렇게까지 받는 인생은 축복받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게 나를 찾아온 소방관같았다.     


아! 소방관은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이다. 옛날옛적에 어떤 마을에 홍수가 났다. 

어떤 사람이 지붕에 올라가서 열심히 기도를 했다. 기도하고 있던 그를 소방관이 찾아왔다. '

거기 있으면 위험해요. 여기 타요!' 그때 그는 '괜찮아요. 신께서 나를 구원해주실거에요! 

다른 사람들을 먼저 도와주세요!' 그렇게 소방관이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해 떠났다.

 그는 그렇게 그를 찾아온 이웃사촌, 경찰, 의사를 보냈다. 그런데 불행히도 그는 죽었다. 

그래서 그는 하늘에 가서 신에게 따졌다. 그랬더니 신이 억울하다며 말하길,

'그래서 내가 널 구원해주려고, 소방관도 보내고, 이웃사촌,경찰, 의사도 보냈는데 너가 그냥 보냈잖아'


인생에는 여러 형태로 기회가 찾아온다. 나는 우리 가족의 주책과 같은 응원이 소방관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만약 소방관처럼 느껴진 내 자신이 주책인 걸로 밝혀지더라도. 의미가 없는 도전이 있을까. 

내 삶에 대해서 내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산다는 것을 실천하는 첫 걸음처럼 느껴졌다.

언젠가 내 이런 패기가 후회가 되는 일이 있을까? (아니라고 말해줘요!) 

그래도 그냥 해보고, 후회하지 뭐. 만약 내가 성공한다면,

내 성공이 (나에겐 우리 가족들의 응원처럼) 누구가의 꿈에 응원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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