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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나나고양이 Nov 27. 2019

유럽여행 중 해산물을 좋은 가격에 먹으려면? 나폴리로!

이탈리아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는 나폴리 맛집 <어부의 딸>

유럽여행 중 해산물을 배부르게 레스토랑에서 먹는다고 상상한다면?

행복한 상상이 들기 전부터 먼저 여행 경비 걱정이 들 수도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공부했을 때, 

유럽에서도 물가 비싸기로 유명한 그 도시에서 

해산물 철이 되면

전 세계의 유명인들이 와서 먹는 싱싱한 석화

6개에 레몬만 올려서 먹어도 50유로를 호가하는 가게들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한뭉큼 묶어서 

파는 한국 굴을 상상한다면 

절대 그 돈을 행복하게만 지불하고 먹기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해산물을 생각하면 프랑스 니스, 

모나코의 몬테카를로 등 굉장한 물가를 자랑하는 도시들을 유럽에서 떠오른다.


하지만 유럽여행 중에 탈리를 들린다면?

해산물을 먹기 위한 거대한 저녁식사를 나폴리로 와보는 것은 어떨까?

나폴리에서는 미식의 나라라고 불리는 이탈리아 안에 있는 항구도시이다.

고로 나폴리로 해산물 요리를 먹으러 오면 두 가지의 장점을 함께 맛볼 수 있다.   


첫 번째, 항구 도시이기에 바로 잡아온 해산물을 가장 싱싱한 시점에 맛볼 수 있다는 재료의 장점

두 번째,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이탈리아식의 해산물 조리 방식을 경험 수 있는 장점


그렇다면, 나폴리 색이 강하게 드러나는 레스토랑을 추천드리고,

메뉴 설명을 잠시 해보려고 한다.

(좋은 것은 예로부터 서로 나누어야 한다고 배웠죠. 암 그렇고 말고)


이 곳은 이탈리아 셰프 남편이 나폴리 출신의 친구 요리사에게 추천받아서 들렸던 곳이다.

레스토랑 이름은 정겨운 <어부의 딸('a Figlia d'o Marenaro)>이다.

신호등 옆에서 다들 기다리는 중. 항상 40분 이상 대기하였다. 왼쪽은 마스코트인 이곳 사장님의 캐릭터이다.


번호표를 입구의 보디가드같이 등치가 큰 아저씨에게 받고 기다리다가 순서가 되면, 

어부의 따님이신 할머니(라 하기에 굉장히 아름다운 미모의) 사장님이 테이블로 안내해 준다.

어부의 따님답게 5살부터 사장님은 눈을 감고 한쪽 홍합 껍데기로 다른 홍합을 까셨다고 한다.

나폴리의 로컬 음식점들은 우리나라 백반 음식점처럼 할머니의 정을 느낄 수 있다.

둘째 날부터 이미 우리를 알아보고 손자, 손녀처럼 정말 많이 챙겨주셔서 감사했었다.  

 

정감 가고 아름다운 어부의 딸 사장 할머니


1. 어부의 딸답게 새벽까지도 영업시간 내내 갓 잡은 해산물들이 계속 운반되고 그것을 조리한다.

이곳은 나폴리에서 사는 사람들도 항상 자랑스럽게 대기하는 곳인데, 우리가 생각하는 해산물 물가에 비해서 값이 좋아서 들리지만 아무래도 기본 월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탈리아 남부의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특별한 날에 기념을 하기 위해서 들리는 레스토랑이다. 대기 중에 다른 나폴리 커플과 대화를 나누었었다.


"어떻게 여행 중에 이 곳을 알고 들렸어?"

"나폴리 동료에게 소개를 받았어. 정말 밤 9시인데 계속 줄을 서 있네."

"그럼. 나폴리에서 가장 싱싱한 해산물을 먹고 싶다고 누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당연히 이 집에 오라고 할 거야. 그만큼 이 곳 해산물 맛은 정말 최고야."

라고 40년을 나폴리에서 살아온 커플에게 들으니 아주 기대가 들었다.   

밖에서 대기하는 언니와 식당 안의 테라스 자리에 앉은 남편과의 흥미로운 동석 상황


2. 나폴리의 전통 격식을 차리는 웨이터들을 통해서 멋진 대접을 받는다.

사실 여행을 다니게 되면 겉멋만 잔뜩 든 웨이터들이 가득하다.

사실 웨이터들을 젊은 아르바이트 생을 뽑아놓아서 

실상 서비스가 그에 못 따라가는 경우가

굉장히 유명한 레스토랑에서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나폴리에서 웨이터는 전통적인 직업 중에 하나이다.

레스토랑의 키친을 전두 지휘하는 것이 셰프라면, 홀을 전두 지휘하는 전문가인 웨이터들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탈리아에서는 웨이터들의 기량도 매우 중요하다.

손님에 맞춰서 농담과 함께 격조 있는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하고,

손님이 진정으로 선호하는 음식의 조합을 맛깔나고 부드럽게 설명해서 구미를 돋게 해주어야 한다.

나폴리가 오랜 전통을 유지하는 만큼 복식 역사에서 고전시대에서나 입었을만한 전통 웨이터 복식으로

대접받는 느낌으로 서빙을 해준다.   


사장님과 친절한 웨이터님들. 지금 보니 우리를 안내해줬던 분들도 보인다.

3. 진정한 나폴리의 문화를 레스토랑 전체의 훈훈한 분위기를 통해서 오감으로 경험할 수 있다.

레스토랑들은 대부분 통기타를 들고 다니는 기타 연주자들을 한 명씩 고용한다.

특히 좋은 레스토랑일수록 기타리스트들의 실력 또한 훌륭해진다.

이 레스토랑의 경우 기타리스트 아저씨의 선곡과 구성진 목소리가 레스토랑의 분위기를 한껏 올린다.


가족 손님들에게는 아이들도 공감할 수 있는 정감 가는 나폴리 민요를 불러주고,

커플 손님들에게는 로맨틱한 노래를 불러주고,

특히나 그 많은 손님들이 다 같이 수건을 돌리면서 함께 나폴리 민요를 부르는 시간이 있는데

정말 장관이다.


내가 들렸을 때는 'oi vita, vita mia'라는 나폴리 방언의 '내 인생아'라는 노래를 

할머니, 할아버지, 젊은 이들이 다 같이 수건을 돌리면서 부르는 시간이 있었는데 정말 신났었다.

나도 모르는 노래였지만 그냥 따라 하면서 그 나폴리 사람들의 정감 가는 문화에 푹 빠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미 기본적인 레스토랑의 구성이 이렇게 좋은데, 음식은 이 모든 것의 화룡점정의 순간이 된다.

사실 무엇을 추천하기가 전혀 조심스럽지가 않다. 

(모든 메뉴가 굉장히 훌륭하기 때문에! 여행 경비를 아껴두었다가 시킬 수 있는 만큼 많이 드셔 보세요!)

우리 부부는 웬만하면 레스토랑에서 쉽게 지갑을 열지 못한다. 

(나는 열고 싶지만 요리사는 입맛이 너무 까다로운 것... ) 

근데 나폴리 여행 내내 저녁식사를 이곳에서 했다. 

두 명이 가서 6인분을 먹어도 배가 터져도 계속해서 다른 메뉴를 즐기고 싶은 궁금증을 일으키는 곳이었다.

우리는 계속 야외 자리에 앉았었다. 흥겨운 분위기가 사진으로도 전해지는 것 같다.


그중에서 지금도 계속 떠오르는 메뉴들은 다음과 같다.   


1. 빠트리면 안 되는 홍합찜 (Zuppa di cozze)

벨기에, 프랑스에서만 홍합찜 드시면 서운하다.

맛고 장인 이탈리아에 왔다면 이탈리아식 홍합찜을 추천한다. 

(나폴리는 가격도 좋기에 정식 메뉴가 아닌 애피타이저로 1인 1솥 추천!)


홍합찜은 두 가지 종류 중에 선택을 할 수 있다.

하나는, 매콤한 소스의 홍합찜.

그리고 다른 하나는, 후추 베이스로 그 위에 레몬 향을 입혀서 먹는 홍합찜.


개인적으로는 매콤한 소스의 홍합찜이 좋았다. (이탈리아 짬뽕 느낌)

특히나, 찜을 다 먹으면 홍합 아래에서 매콤한 토마토소스를 머금은 바게트 모양의 큰 빵이 있는데.

홍합의 향을 모두 흡수하고 매콤한 소스까지 함께 베어 물 때 굉장히 행복하다.

그렇지만 갓 오늘 잡은 홍합을 정말 해산물의 맛을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후추 베이스의 홍합을 추천한다.

통통하면서도 지중해를 머금은 홍합의 맛은 그 자체로 훌륭하다.   

왼쪽이 후추 홍합찜, 오른쪽이 내가 좋아하는 매콤 홍합찜


2. 우럭 (Bass, 베스) 카르파쵸

싱싱한 생 우럭 회에 올리브 오일과 블루베리 같은 베리류의 조합으로 입맛을 돋우는 애피타이저 메뉴이다.

흥미로운 질감과 향긋한 우럭을 정말 훌륭한 올리브유만 곁들여도 이미 좋은데 맛의 밸런스를 위해서 베리류를 곁들여서 나온다. 입안에 넣고 천천히 녹이듯이 음미를 하면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블루베리가 마치 폭죽처럼 맛의 풍미를 돋아주는데 굉장히 훌륭한 경험이었다.   

아직도 생각나는 환상의 블루베리와 우럭의 조합!


3. 종이에 싸서 나오는 모둠 해산물 파스타 (Linguine al cartoccio)

랍스터 파스타, 봉골레 파스타 등 다양한 파스타를 먹어보았는데 가장 흥미로웠던 파스타는 모둠 해산물 파스타이다. 특히 다른 파스타와 다른 것은 종이에 싸여서 나오는데, 해산물의 풍미를 감싸서 안에 가두어 넣는 형식으로 조리를 한 것이라고 한다. 면도 더 쫄깃한 것 같고, 다양한 해산물의 풍미가 정말 모두 갇혀서 들어간 느낌이었다. 굉장히 배가 이미 불렀음에도 끝까지 끝냈던 파스타이다.   

위가 봉골레 파스타, 아래가 종이 포일에 감싼 링귀니 파스타
재료가 다한.. 실패할 수 없는 랍스터 파스타


4. 나폴리식의 해산물 요리를 먹고 싶다면 문어요리

토마토와 올리브의 향이 가득한 나폴리식 문어요리이다. 이탈리아인 남편은 굉장히 인상 깊었고 좋아했던 요리이다. 사실 나폴리를 들린 만큼 나폴리 해산물 요리에서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요리를 안 먹어볼 수는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다면... 소스가 사실 한국인에게 되게 익숙한 맛이다. 뭔가 정감 가는 편한 맛인데.. 약간 토마토 베이스에 익숙한 생선 액젓 느낌도 나고, 아쉬운 것은 소스가 남았음에도 그것을 밥을 비벼먹을 수 없었다는..(다들 빵으로 발라서 먹더라)   

나폴리 토착 음식인데, 한국인 입맛에 너무 익숙한 맛이었다. 


5. 너무 의외이지만 디저트 맛집이다. 오레오 케이크!

배 터지게 먹어도 항상 디저트 배는 따로 있는 법. 남편은 항상 얼굴을 내저었다.

해산물 전문점에서 그것도 미국 과자인 오레오 케이크라니...!

근데 나보다 결국 남편이 더 많이 먹었고, 마지막 날 점심에 케이크만 먹으러 이곳에 가면 안 되냐고

몇 번이나 남편에게 물어봤었다. 

(그날 점심 기차로 로마로 돌아가야 했는데, 시간이 안 맞아서 못 가서 너무 아쉽다.)

여기 오레오 케이크 맛집이다. 나폴리 디저트들도 너무 훌륭한데, 다음에 따로 모아서 적어봐야겠다.

꿈에 나올 것 같은 오레오 케이크


또한, 더하자면 제철이어서 먹어보고 싶은 해산물이 있다면 원하는 양만큼 원하는 조리법으로 조리해준다.

우리는 스캄피 새우와 특별한 종류의 조개와 제철 생선을 따로 주문해서 먹었다.

"새우 같은 경우는 개수로 스캄피 새우 생으로 회처럼 2개 가져다주세요."

이렇게 개수당 스캄피 새우의 가격을 확인 후에 바로 시키면 싱싱한 해산물을 가져다준다. 

우리나라 횟집과 비슷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하시면 된다. 

제철 조개를 8개 달라고 해서 이렇게 서빙받았다.


나폴리는 그 아름다움에 비해서 정말 많은 오해를 받아서 아쉬운 도시이다.


역사, 건축, 예술, 음식 등 뭐하나 빠지지 않는 도시인 .


게다가 물가도 매우 훌륭한 이 도시에서 해산물과 함께 

우아한 휴가를 보내는 것 정말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일부 사진은 'a Figlia d'o Marenaro의 공식 instagram 계정에 출처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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