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부터 헛구역질이 자주 나온다.
2021년 중반부터 먹지 않았던 홍삼진액을 냉장고에서 낚아채듯 꺼내든다.
이거라도 먹지 않으면 제자리에서 그대로 고꾸라 질 것만 같다.
찐득한 진액이 굳어져서 플라스틱 속 마개과 유리병을 단단히 이어놨지만, 개의치 않고 뜯어버린다.
티스푼으로 깊게 떠서 한 입 입에 넣고, 침대로 달려가듯 쓰러지듯 기어가듯 다리를 끌어본다.
내가 내 한 몸 건사하는 것.
뭐가 이리도 어려울까.
모국어로 회포를 풀 기회가 없어 마음을 풀어내지 못한 답답함 때문인지
매주 제2 외국어로 사회과학 텍스트를 120장씩 읽어야 하는데 겨우 겨우 30장 정도 읽고 긴장한 상태로 수업을 들어서 인지
요리할 시간이 없어서, 환경적으로 영양소를 챙겨 먹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인지
개강 4주 차에 숨이 턱 막히고 팔다리가 힘이 없이 몸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느낌이 든다.
침대에 누워 Liefernando(독일 배달앱)을 뒤적거려 보나, 우리 집까지 배송되는 한국음식점은 없다. 유사한식을 만들어내는 음식점이 몇 개 보이지만, 그런 맛으로는 도리어 사기를 빼앗기곤 한다.
갑자기 서글퍼진다.
내가 그렇게 큰 걸 바라나 싶은데,
그렇다. 이곳에서 내 욕구는 충분히 럭셔리하다.
한국에 있는 친구와 전화할 때마다 썩힐 거냐던 레토르트 식품이 퍼뜩 떠오른다. 작년에 한국에 갔다가 돌아올 때 가져온 유통기한이 3개월 남짓 남은 그 식품.
오뚜기 쇠고기 국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오늘 중고거래로 15유로에 한국인 부부에게 110V변압기와 함께 받은 쿠쿠 밥솥으로 지은 현미밥을 뜬다.
변압기의 탄내와 쿠쿠가 취사하며 내뿜는 쌀 냄새가 내 방에 가득 찬다.
이 온기는 무엇이기에 내 몸과 마음을 다독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