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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멘지 May 20. 2024

창진을 다시 선택한 유정의 마음이란.

왜 헤어졌는데도 서로를 놓지 못하는지.

9개월 간의 연애를 마쳤다.

나는 그를 내가 감당할 만한 애인으로 만들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던 중 질려서 그만두었고, 사귀면서도 내게 기대도, 불만도 없던 그는 마지막까지도 내게 행복만을 빌어주었다.                    


헤어질 때마다 자격증을 따는 게 버릇이라 온갖 자격증을 손에 거머쥐었다는 한 팟캐스트의 이름 모를 독자 같은 사람도 존재하고, 헤어지고 과탑을 한 내 친구도 있지만, 나는 침대에 누워 한 회에 두 시간 반짜리 환승연애 3의 12회 차를 사흘 만에 정주행 했다. F에게 한국식 연애와 플러팅을 가르쳐 주겠다고 보기 시작한 환승연애의 남은 회차는 헤어진 나에게 나침반이 되어주길 바라며 울기도 하고 공감도 하며 시청했다.


친구 관계에서 정이 떨어져서 먼저 손절한 경우가 드물진 않아서, 애인과 맞이하는 관계의 끝도 무 자르듯이 단칼에 베어져 나갈 거라고 추측했다. 미래가 보이지 않고, 지친 상태라면 더더욱.

이별하면 끝이라고 생각했으나, 정리할 것도 있었고, 마음이 목구멍까지 솟구쳐서 참지 못해서 내뿜는 일도 있었고, 그의 집 근처로 찾아가서 그를 붙잡고 펑펑 울기도 했다. 그의 성실함이 문득문득 떠오를 때면 이별을 무르고 싶어졌다.


생각해 보면 내가 누군가와 교류하는 것을 포기하게 되는 과정은 대부분 상대방의 어떠한 행동을 말도 안 되는 행동이라고 인식하면 머리가 경고를 하고 마음이 차갑게 식는 편이었는데, 이번엔 머리가 그만 멈추라고 충고하는데도 마음이 식지 않아서 괴롭다. F가 뭘 잘못하면 싫어져야 하는데, 자꾸 함께 노력해서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고 싶어 지고,  또 현실을 자각하고 실망함의 연속이다.


헤어져보지 않았다면 평생 환승연애 출연자들을 이해 못 했을 듯하다. 헤어져놓고 다시 만나는 것만큼 비효율 적인 게 어디 있겠나. 나나 전애인이 벼락을 맞아 천성이 바뀌어 온 것도 아니고 문제가 해결된 것도 아닌데 같은 쳇바퀴로 걸어 들어가는 게 얼마나 비합리적으로 보였던가.


환승연애 3에 유정이라는 출연자가 나온다. 그녀의 엑스 창진은 표현을 잘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이 프로그램에서 다정하고 세심한 사람을 찾는다. 그리고 주원이라는 출연자는 그녀의 이상형에 부합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 프로그램에서 누가 서로 연인인지 밝혀지기 전까지 그 둘이서 서로의 엑스라고 추측했다. 그만큼 개그 코드부터 오해를 푸는 방식까지 둘이서 잘 맞았다. 그 둘은 프로그램에서 함께하는 동안 서로에게 좋은 시간들을 많이 만들었지만, 마지막 최종선택에서 그녀는 전 애인에게로 돌아간다. 실제로 창진에게 큰 변화가 보이지는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노력해 보겠다고 이야기하는 그를 선택한다.


노력해도 마이너스에서 벗어날 수 없던 나의 욕구를 플러스만들어주는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 그와는 이전과 다른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 해도 전애인과의 이별을 택할 없는 것은 도저히 이성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도대체 애정이 뭐길래.

실제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보다, 변하고 맞춰가려는 노력이 더 중요한 것일까?

이끌림이란 무엇이며 애정이란 무엇일까? 왜 포기가 되지 않는 걸까? 휘몰아치는 이 질문들에 잠식당한 나는 똑바로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이 모든 건 호르몬의 농간이며 나는 유정이 이해된다 라는 귀결을 제외하곤 말이다. 


2024.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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