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패션 알려주는 남자입니다.
남자라면 필연적으로 매일 손에 칼을 쥐게 됩니다.
그리고 그 칼과 결투를 벌이게 되죠.
하지만 세상이 너무 좋아져 우리는 칼을 보지 않고도 칼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치열함을 앗아갔습니다.
남자는 사춘기가 시작되면 호르몬의 변화가 생깁니다.
이는 신체의 변화를 가져오고 그 신체의 변화는 결과적으로 라이프스타일에 변화를 가져옵니다.
그 변화들 중에 가장 큰 부분이 바로 ‘면도’입니다. 남자들은 사춘기가 시작되고 코밑이 거무스름해지면 부모님께 면도기를 선물받습니다.
남자의 성인식을 위한 선물로 볼 수 있죠.
하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은 전동면도기를 선물받고, 그렇지 않더라도 대부분이 전동면도기로 노선을 갈아탑니다.
이유는 ‘간편해서’이죠.
하지만 저는 전동면도기에서 칼면도기로 바꿨습니다.
처음부터 전동면도기만 써왔던 저에겐 아주 큰 도전이었습니다.
칼면도는 결과적으로 제가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많이 바꿔놨습니다.
물론 전동면도기보다는 훨씬 불편합니다.
하지만 의식과 같은 칼면도는 제 자신을 가다듬는 하나의 마음가짐이 되었습니다.
일단 면도전엔 항상 수염이 있는 부분을 따뜻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 이후 쉐이빙폼을 만들고 도포를 합니다.
그리고 칼면도기로 조심스레 깎아줍니다.
그리고 따뜻한 물로 폼을 닦아내고 마지막으로 따뜻하게 다시 감싸줍니다.
아, 정말 마지막으로는 애프터쉐입을 꼼꼼히 발라줍니다.
이 일련의 과정은 제 자신을 위해 하나하나 꼼꼼히 진행되어야 합니다.
칼을 마주하기 전에 다치지 않기 위한 마음가짐과 칼을 마주했을 때 조급하지 않으며 적당한 힘으로 상처나지 않게 하기 그리고 애프터쉐입으로 성난 피부를 잠재우고 소독하기.
이는 어떤 일을 할 때와 비슷합니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좋은 마음가짐을 갖고 준비하며, 일이 진행될 때에는 신중하게 진행해야하고 마무리 단계에는 모든 것이 모나지 않게 잘 정리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는 인생과 같다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초년은 중년을 위해 잘 준비하고 중년은 치열하게 살며 말년은 잘 정리해야합니다.
저는 면도라는 것 하나로 인생을 봤습니다.
따라서 저는 면도에 항상 진심으로 대합니다.
우리가 꼰대나 잔소리꾼이라고 부를 수도 있는 어른들은 우리에게 많은 잔소리를 하십니다.
그중에 하나가 “수염이 그게 뭐니. 멀끔히 자르렴.”입니다.
이 어른들은 수염이 그냥 지저분해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게 아닐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인생에 대한 마음가짐을 다그치시는 것은 아닐까요?
괜히 노신사분들이 수염을 멀끔히 정리하시는 게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짧고 길고의 문제가 아닌 가지런하고 깔끔한 수염)
그리고 물론 전동면도기로도 일련의 과정을 수행할 수 있지만 칼면도기로 가드없이 칼과 나의 치열한 결투를 매일 치루는 게 저는 더 고귀하다고 생각합니다.
결투의 승리는 생각보다 달콤하거든요.
감사합니다.
29JUN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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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SEP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