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패션 알려주는 남자입니다.
오늘은 개인적으로 사랑의 상징이라고 생각하는 ‘스웨터(니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스웨터의 원형은 영국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16세기 영국에서는 뱃사람을 위한 스웨터가 고안되었습니다.
이는 훗날 피셔맨 스웨터라고도 불립니다.
이 옷은 영국 채널제도에 위치한 건지(Guernsey)섬 등등 해양 생활권에 위치한 마을에서 가내수공업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건지 스웨터는 간지(Gansey) 스웨터로도 불리우는데 이는 방언입니다.
건지 스웨터는 디테일이 있습니다. 일단 상당히 두꺼우며 온몸에 딱 달라붙고 기장이 길고 소매가 짧습니다.
또한 크루넥보다 조금 높은 넥라인을 가지고 있죠.
그리고 실을 다섯가닥으로 엮어 유지가공으로 방수처리까지 합니다.
이 방수처리한 스웨터는 Oiled Wool이라고도 하며 Seaman’s Iron이라는 멋진 이름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이 디테일을 하나씩 뜯어보고 그 이유를 설명하겠습니다.
크루넥보다 조금 높은 목은 차가운 바닷바람을 막기 위함입니다.
바닷배를 타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바닷바람은 아주 찹니다.
그렇기에 긴 기장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몸의 열을 좀 더 몸과 촘촘한 울 사이에 보존하기 위함이죠.
그리고 짧은 소매는 어업시 젖지 않기 위함입니다. 방수 또한 어업시 젖지 않게 하기 위함이죠.
이렇듯 건지 스웨터는 Seaman’s Iron이란 이름을 갖기 충분한 옷입니다.
이 지역의 뱃사공들은 두개의 건지 스웨터를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하나는 일할때 입는 옷이고 나머지는 주말에 교회에 갈 때 입는 것이라 합니다.
물론 방수처리는 일할때 입는 옷에만 했고 이를 빨지 않고 입으며 급한대로 뒤집어 입거나 반대로 입거나 했습니다.(이래도 되나? 싶으시겠지만 이 설명은 뒤에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옷은 여타 다른 스웨터와 달리 직조를 위에서 아래가 아닌 아래에서 위로 했기 때문에 소매나 아랫부분이 헤질경우 풀어 새로 짰습니다.
그래서 빈티지 건지 스웨터를 보면 아랫부분이 어울리지만 다른 색으로 짜여진 것들이 있는데 이는 의도하지 않은 한 사람의 역사가 쓰여진 물건입니다.
건지 스웨터의 기능적인 면과 특징을 봤다면 이제 미학적인 면을 봐야겠죠.
사실 건지 스웨터의 원형은 무늬가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기능을 위한 미학적인 면이 포함되기 시작합니다.
무지로 시작한 건지 스웨터에 몇몇 패턴들이 추가되기 시작하는데 이는 단열을 위한 것입니다.
패턴에는 대부분 항해에 관련된 것이 들어갔습니다.
예를들어 밧줄, 사다리, 닻, 그물, 헤링본(헤링본은 ‘청어의 뼈’라는 뜻으로 이를 오마쥬한 패턴입니다.), 파도나 폭풍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이니셜이나 만드는 사람마다의 패턴이 조금씩은 달랐기에 익사 시 신분 확인용으로도 쓰였습니다.
더하여 영국 북동부 필리(Filey)에서는 결혼선(Marriage Lines)를 넣기도 했는데 이는 지그재그선이 교차하는 무늬로 부부관계의 나쁠때와 좋을때를 나타낸 것이라고 합니다.
건지의 옷은 니트가 아니라 스웨터입니다.
스웨터와 니트 둘 다 손으로 짜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스웨터가 니트보다 더욱 촘촘합니다.
이는 직조방식이 다른 것이죠.
그리고 건지 스웨터의 경우에는 몸통 옆 솔기선이 없는 원통형이고 앞뒤가 똑같아 뒤집어 입을 수도 있습니다.
스웨터와 니트에는 건지말고 또 유명한 곳이 있는데 바로 아란(Aran)입니다.
아란은 스웨터가 아닌 니트 형식으로 직조합니다.
물론 스웨터도 있지만 니트가 훨씬 아란에서는 전통적인 방법입니다.
훗날 피셔맨 니트라고도 불리우는 아란 니트는 1800년대 아일랜드 서해안 애런제도에서 유래되었습
아란 니트도 건지 스웨터처럼 방수가 되었지만, 건지 스웨터와는 방식의 차이가 있습니다.
건지 스웨터의 경우는 오일을 추출하여 입히는 형식을 사용했지만, 아란 니트의 경우는 라놀린이 듬뿍 함유된 실(wool) 자체를 사용했습니다.
아란 니트의 무늬는 대략 십만 개의 구조화된 스티치들의 조합이며 특정한 의미들을 가집니다.
케이블(cable) 스티치는 어부의 밧줄을 묘사한 것으로 바다에서의 생산적인 하루를 기원하는 의미이고 아일랜드 이끼로 채워진 다이아몬드 스티치는 다이아몬드가 일정 구획의 토지를, 이끼는 척박한 토지를 비옥하게 하기 위한 해조류를 의미, 성공과 부에 대한 염원을, 바구니 모양은 만선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또 생명의 나무(tree of life) 스티치는 씨족의 통합과 부모세대의 장수, 자식세대의 강건함을 기원하는 표현입니다.
아란 니트는 1900년대 지역민들에 의해 소량생산되었으나 1934년 로버트 조셉 플라어티의 ‘아란 사람(The man of Aran)’이라는 다큐멘터리가 미국에서 인기를 끌어 아란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였고, 이에 기존 가내 공업에서 규모가 커졌습니다.
물론 지금은 공장에서 대량생산하며 라놀린이 들어있지도 않습니다.
그럼 이제 제가 이 옷들이 왜 사랑의 정수라고 생각하는지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NASA에서 파라슈트(귀환시 사용되는 낙하산)는 역사적으로 여성들이 접게 되어 있습니다.
물론 이 기원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가야합니다.
세계대전때 전쟁터로 간 사랑하는 사람들이 ‘무사히 돌아와달라’는 염원을 담은 의미로 이 생명선의 수납작업은 여성들의 몫이었죠.
하지만 저는 한걸음 더 나아가 이것을 건지 스웨터와 아란 니트에서 찾고싶었습니다. 16세기면 20세기였던 세계대전보다 4세기나 빠릅니다.
이 시기에 여성들은 미지의 세계로 일을 하러 나가는 남편을 위해 스웨터를 짜고 니트를 짰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 문양을 넣고 방수처리까지 했습니다.
이는 사랑이 아니면 표현할 다른 단어를 저는 찾을 수 없습니다.
그 무거운 사랑의 진심을 누가 알까요?
시체로 나타날 수도 있는 사랑하는 사람을 더욱 찾기 쉽게 하려 옷을 짜는 여성들의 사랑을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요?
그렇기에 저는 이 옷을 사랑의 정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번 겨울이 오기 전 사랑하는 남자에게 멋진 건지 스웨터나 아란 니트를 하나 선물하는 거 어떠신가요?
그 어떤 사랑의 표현보다 깊고 낭만적일 것이라 저는 장담합니다.
감사합니다.
13JUL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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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SEP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