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패션 알려주는 남자입니다.
저는 의류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사실 학부에서는 식품공학을 전공했지만, 옷에 대한 저의 열정을 숨길 수 없어 대학원에서 의류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제 선택에 대한 결론부터 조금 극단적인 표현으로 말씀드리자면, 가끔 저는 의류학을 선택해 대학원에 온 것을 무척이나 후회하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의류학이라는 범주 내에 담론이라는 것이 전혀 이뤄지지않는 그런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에 대한 것은 현재 모든 전공들이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최근의 논문들을 보게 되면 전부 사회적인 이슈들과 현재 유행에 관련된 시장 관련되어 통계로만 이루어진 것들만 찾을 수 있습니다.
이것들은 제가 원하는 공부가 아니었고 그것은 90년대 초에 끝났을 수도 있죠.
그 누구도 본질을 가지고 이야기 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요즘 Fredric Jameson의 Postmodernism, or, the Cultural Logic of Late Capitalism이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건축과 출신인 프레드릭 제임스의 90년대 초 박사논문이 책으로 편집되어 현재까지 바이블로 칭해지며 팔리고 있는 책입니다.
물론 이 책의 제 1장만이 그의 박사논문이고 그 뒤는 추가된 것입니다.
이 책을 읽어 보면 그는 건축과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미학적 배경지식들과 예술 그리고 철학적 배경지식들을 가지고 옵니다.
그리고 책의 제목과 같이 포스트모더니즘과 후기자본주의를 너무하다시피 벗겨냅니다.
여기서 제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건축을 이야기함에 있어 건축이 아닌 전반의 예술과 미학을 가져오고 그것을 철학의 말을 빌려와 표현한 점입니다.
이는 한 순간에 이루어질 수 없는 것입니다.
또한 전공서적만 바라본다고 이루어질 수 있는 것도 절대 아닙니다.
오로지 집중과 고민 그리고 더 나아가 [담론]만이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예술에서 이런 깊은 담론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언제일까요?
저희는 미술비평사로 잠깐 넘어가 이를 짚고 넘어가야합니다.
1976년 현대미술비평의 시대를 열었다는 Rosalind Krauss와 그 외 유명학자들에 의해 October(이하 옥토버)라는 학술적 저널이 세상에 나옵니다.
옥토버는 아주 어려운 저널입니다.
정말 보수적이고 본질을 파헤치며 무조건 [철학]을 기반으로 고뇌를 한 글만이 실릴 수 있습니다.
이들은 특히 후기 구조주의 계열의 유럽철학(바르트, 크리스테바, 데리다, 바타이유, 라캉 등)을 선호(미국에서 했으면서..)하고 마르크시즘을 기반으로 글을 적었습니다.
그리고 옥토버를 만든 크라우스는 옥토버를 기반으로 저명한 학자가 되고 학파가 생깁니다.(미국에..)
더하여 옥토버는 보수적이고 아주 어려운 저널로 굳건히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이는 담론이 계속되고 고민이 계속되며 본질을 끝없이 파헤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프레드릭 제임슨으로 돌아와서, 건축학에서는 이 담론이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건축학 내에서 이 분야를 전공하는 저명한 교수님들도 많이 계십니다.
물론 제가 이쪽에 전혀 연고가 없다보니 자세히 알지는 못합니다만 여기서 제가 아쉬운 점은 제가 위에 계속 이야기 했던 건축, 미술비평에 관련된 이야기의 골자가 패션에는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물론 제 공부가 부족해서 알고 있지 못할 수도 있지만, 학풍이 생기고 이를 깊이 공부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보입니다.
심지어 남성 클래식 의복 또한 아예 없는 둥 하다고 하면 여러분은 믿으실 수 있으신가요?
여담으로 저는 남성 클래식 의복을 공부하고 있는데 관련 논문에 대한 레퍼런스를 전혀 찾을 수 없어 엄청난 고생중에 있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렇듯 의류학에서는 거의 그 어떤 담론도 이어지지 않고 철학적인 냄새도 맡기가 힘듭니다.
사실 미학의 한 종류라고 생각이 되는 의류에서 이런 것은 참 비통스러울 뿐입니다.
의류라는 것이 그냥 역사 안에서 그저 문화로 편승되는 것이 너무나 애통합니다.
건축도 물론 그런 것이었지만 그렇지 않은 것으로 사람들이 만들어 내었습니다.
이는 물론 돈벌이도 되지 않는 아주 재미없고 어려운 일이지만 무조건적으로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고, 제가 글을 적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건축에서 부러운 점은 서로를 물고 뜯으며 싸운다는 것입니다.
모더니즘때도 그랬고 포스트모더니즘때도 그렇고 이는 과거보다는 덜하지만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의류학은 반대로 너무 성역화가 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크리스티앙 디올, 가브리엘 샤넬 등의 디자이너들은 너무나도 신격화가 되어있고, 다른 현재의 유명 디자이너들도 성역화 되어있습니다.
비판없는 사회는 죽은 사회입니다.
저는 그래서 욕먹을 각오를 하고 비판을 할 건 합니다.
그것이 건강한 학문의 발전이라고 생각을 하고, 담론의 시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공격적인 글입니다.
하지만 이런 글도 필요함에 믿어 의심치 않으며, 담론이 무조건적으로 필요합니다.
제 목표중 하나가 살롱을 만들어 이런 대화를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여러분들의 패션은 어떻고, 여러분들의 패션철학은 무엇인지 묻고 저는 물러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30APR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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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SEP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