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웻셔츠의 역사
제목을 보고 놀란 독자분들도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남성 클래식 의복을 이야기한다고 하면 당연히 수트(Suit)가 먼저 나와야 한다. 그것이 사실 맞는 목차이다. 하지만 나는 이 전체적인 글들의 주제처럼 ‘쉽게’ 시작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웻셔츠만한 것이 없다고 판단을 내렸고, 한국에서는 맨투맨이라고도 불리우는 스웻셔츠로 그 포문을 열어보겠다.
스웻셔츠는 “가장 재미없는 남성복 중 하나”라고 불릴 정도로 특유의 감성 혹은 문화적인 힘이 부족한 옷이다. 그러나 스웻셔츠가 운동복의 기준을 바꿨음에는 틀림없고, 그만큼 중요한 한 페이지를 가지고 있음에도 틀림없다. 그 이야기를 시작해보자면,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운동 후 체온 유지를 위하여 입는 옷이나 미식 축구 선수들이 시합을 할 때는 두꺼운 울(wool, 모직)로 된 옷을 입었다. 울의 땀 배출이 좋다고는 하지만 이는 일상생활에 있어 통용되는 말이지 전문적으로 운동을 하는 선수들에게는 전혀 해당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이들에게 울이란 땀을 잘 흡수하고 잘 배출하지 못하여 무거워지는 소재일 뿐이었다. 선수들은 고통을 호소했고, 이 고통을 부수어 줄 혁명은 한 부자(父子)로부터 시작되었다.
1902년 미국 앨라배마(Alabama)주 알렉산더 시티(Alexander City)출신의 벤자민 러셀(Benjamin Russell)은 Russell Manufacturing Company라는 회사를 창립했다. 아마 오랜 MLB의 팬이라면, 혹은 박찬호 선수의 팬이라면 이 이름이 익숙할 것이다. MLB의 유니폼을 만들던 그 회사가 맞다. 하지만 그 시작은 여성과 아동용 니트셔츠를 만들던 작은 회사였다. 이 회사가 거대해진 기회는 벤자민 러셀의 아들인 베니 러셀(Benny Russell)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베니는 앨라배마 대학교에서 미식축구선수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는 그의 유니폼에 불편함을 느끼고 1926년 그의 아버지에게 울 유니폼을 대체할 순면 연습용 미식축구 유니폼에 대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와, 러셀에서 생산중인 여성용 유니언 수트의 상의를 변형시켜 자신의 미식축구팀을 위한 유니폼을 만들어 달라 요청했다. 아들의 아이디어와 아버지의 기술력으로 1930년 크루넥(라운드넥)의 스웻셔츠가 러셀 에슬레틱 공장에서 생산되기 시작했다. 스웻셔츠라는 이름은 러셀 직원에 의해 명명되었으며 이는 이 옷을 설명해줄 수 있는 최고의 단어였다. 이렇게 생산이 되어 필라델피아를 시작으로 유통되기 시작하여 프로뿐 아니라 아마추어 심지어 일반인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게 되었다.
러셀의 노력 뿐이었으면 이 옷은 사라졌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 옷이 아직도 건재하고 미래에도 건재할 이유는 챔피언(Champion)의 등장이다. 그 이유는 이들이 개발해낸 리버스 위브(Reverse Weave)방식 때문이다. 리버스 위브가 발명되기 전의 면직물 옷은 세탁 후 옷의 기장이 줄어드는 현상이 존재했다. 1919년 미국 뉴욕에서 아브라함 페인블룸과 윌리엄 페인블룸은 니커보커 니팅 컴퍼니(Knicerbocker Knitting Co.)를 설립한다. 그들은 1938년 리버스 위브를 발명 및 특허를 내며 챔피언이라는 로고를 부착하여 의류를 생산하는데, 리버스 위브는 가로방직을 세로방직으로 바꾸어 제작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세탁 후에도 기장이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옷 위에 글씨를 새길 수 있는 플록 공법에 대한 특허도 취득하며 기능적인 부분만 보여주는 옷이 아닌, 프린팅으로 소속감까지 가질 수 있는 하나의 유니폼 역할도 수행하였다. 그리고 그것에 그치지 않고 지퍼와 후드(모자)를 달아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해 내었고, 그것들은 시장 깊숙히 침투하며 일상에도 녹아들어 지금까지 하나의 클래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여담으로 한국에서는 왜 스웻셔츠가 맨투맨이라 불리울까? 이는 한 인터넷 유저의 노력에 의해 2019년 처음 밝혀졌다. 처음으로 맨투맨이라는 단어가 표기 된 것은 1974년 7월 27일 경향신문에 성도섬유에서 ‘맨투맨 스웨트샤쓰’라고 광고를 내며 사용한 것이며 이것을 시초로 보고있다. 이때 맨투맨이라는 것이 호치키스, 봉고, 포스트잇과 같이 하나의 고유명사로 자리잡았을 거라는 것이 추측이다.
러셀이나 챔피언 모두 100년 이상의 시간을 버텨온 기업이며, 그 명맥을 지금까지 자신의 위치에서 흔들리지 않고 잡아주는 회사들이다. 또한 스웻셔츠가 아무리 재미없는 옷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이 옷이 얼마나 다양한 것을 받아 들일 수 있는 캔버스와 같은 옷인지 알고 있다. 그리고 100년이 다 되어가는 시간동안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진화해가고 있는 스웻셔츠의 가치는 이후에도 이어질 그러나 본질은 절대 흔들리지 않을 클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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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FEB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