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셔츠의 역사
스웻셔츠에 이어 조금 더 마니악한 접근을 해보고자 한다. 티셔츠. 이 또한 우리가 클래식임을 놓치기 쉬운 옷 중 하나이다. 이는 고민할 것도 없이 너무 쉽고 당연한 것으로 인식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티셔츠의 무궁무진한 활용성은 그 어떤 옷도 따라올 수 없다. 그렇기에 티셔츠는 위대하며 그 이야기를 물론 쉽게 나누어 보고자 한다.
티셔츠의 역사를 보려면 남성이 아닌 여성의 의복역사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빅토리아 시대(1837 ~ 1901) 후반, 여성들은 [복장 개혁 운동]을 일으켰다. 특히 속옷에 대하여 가장 큰 개혁을 일으켰으며, 이 개혁은 세상에 유니온 수트(Union Suit)를 선물했다. 이전의 여성속옷은 여러 장으로 이루어졌으며 코르셋 같은 경우는 여성의 몸을 너무나도 괴롭히던 것이었다. 그러나 유니온 수트가 1868년 미국에서 “emancipation union under flannel”라는 특허를 받고 뉴욕주 유티카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하면서 여성의 몸에 커다란 자유를 선사했다. 유니온 수트를 가볍게 설명하자면 니팅(knitting)된 상하의가 연결된 한 장짜리 속옷이다. 단추는 목부터 사타구니까지 이어져 있는 모습을 가졌으며 팔과 다리를 전부 가리는 긴 팔 긴 바지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심지어 팔을 드러내는 것이 관습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받아들여졌다고 한다면 믿기 힘들 것이다. 재밌는 사족을 하나 달자면 이때의 유니온 수트는 흰색이나 빨간색으로 된 것이 기본으로 존재했다. 한국 고유의 역사인 줄로만 알았던 빨간 내복은 사실 미국에서 시작됐던 것이다.
유니온 수트는 속옷에 혁명을 가져오며 여성뿐 아니라 남성의 옷장으로 흘러 들어오게 되었다. 하지만 이는 엄청난 단점이 있었는데 바로 더위에 취약하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사람들은 이를 반으로 자르기도 하고 소매를 자르기도 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투피스(two-piece)로 된 속옷이 19세기말 등장하게 된다. 티셔츠의 형태가 갖추어지는 순간이었다. 이 이야기를 계속하다 보면 속옷에 대한 이야기만 늘어날 것이다. 슬슬 티셔츠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나가겠다.
어떤 디자인을, 즉 긴팔이냐 반팔이냐로 나눠 생각하느냐에 따라 그 시작이 다르지만 나는 반팔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래도 긴팔의 경우도 이야기하자면 1904년 [The Cooper Underwear Company(현 Jockey)]의 광고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때 오롯이 대부분 바느질을 하지 못하는 남성만을 위해 단추가 달려있는 속옷 상의에 단추를 없애고 크루넥(라운드넥)의 속옷을 낸 것을 그 시작으로 보고 있다. 반팔 원형의 경우 1913년 미 해군의 표준의류로 선정된 옷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옷은 지금의 반팔 티셔츠와 완벽하게 닮아있으며, [Supreme]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들어봤을 [P. H. Hanes Knitting Company](현 Hanes)의 투피스 의복을 개량하여 만들어졌다. 이것이 진짜 티셔츠의 시작이다. 여담으로 1901년부터 생산했다고 하는 자료를 찾았음에도 불구, 이 자료를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자료가 없어 확언할 수는 없다. 해군들은 티셔츠를 상당히 반겼는데, 이는 이전에 입었던 무겁고 잘 마르지 않던 울이나 플란넬로 이루어져 있어 매우 불편했다. 티셔츠가 흰색이었던 이유는 몇 가지 있는데 첫째는 해군 제복과 잘 어울렸던 것이고, 둘째는 염색비가 따로 들지 않아 더욱 저렴한 것이 그 이유이다. 순백의 티셔츠는 쉽게 더러워졌지만 세탁이 쉽고 건조가 빨랐고 무척이나 편했기 때문에 선원들은 근무 중에도 그리고 근무 외에도 티셔츠를 입었다. 한국에서 군생활을 한 남자들도 대부분 같은 공감대를 갖고 있을 것이다. 반팔은 일상복도 그렇다고 속옷도 아닌 애매한 위치라는 것을. 이후 제1차세계대전을 위해 티셔츠는 엄청난 생산과 함께 해군들에게 지급되었다.
비슷한 시기 여러 회사에서 티셔츠를 만들기 시작하는데 소개하자면, 영국의 [Thomas A. Hill & Co.(현 Sunspel)]과 미국의 [Fruit of The Loom]이 바로 그것들이다. [P. H. Hanes Knitting Company]는 1925년부터 티셔츠 라인을 확장하였다. 티셔츠는 많은 사람들이 입기 시작했지만 제2차세계대전까지는 속옷이라는 인식이 무척이나 강했고 티셔츠를 아우터 없이 입는 것은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것이었다. 이것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전쟁 이후 귀환한 군인들이 계속해서 티셔츠를 일상생활에서 입고, 1951년 [말론 브란도(Marlon Brando)]가 영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A Streetcar Named Desire)>와 1953년 영화 <더 와일드 원(The Wild One)>에서 티셔츠와 함께 남성미를 뿜어내며 아우터 없는 티셔츠가 세상에 용인이 되며 글로벌한 유행을 타게 된다. 이후에도 [제임스 딘(James Dean)]이나 [챗 베이커(Chat Baker)]와 같은 유명인들이 입으며 티셔츠는 속옷이 아닌 한 벌의 상의로 완벽한 입지를 굳히며 남성복의 한 부분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티셔츠라는 이름은 어디서 왔을까? 그 시작은 소설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의 작가로 유명한 [F. 스콧 피츠제럴드(Francis Scott Key Fitzgerald)]의 1920년 출간된 소설 <낙원의 이쪽(This Side of Paradise)>에 적힌 것을 그 시작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혹자들은 피츠제럴드보다 미해군들이 티셔츠라는 단어를 먼저 쓰지 않았을까 하는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T이기 때문이다.
사실 난 한 가지 의견을 던지고 싶다. 나만의 워드롭, 즉 남자의 옷장을 만들고자 한다면 아무 프린트 없는 흰색 티셔츠부터 구매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것이야 말로 작은 발걸음처럼 보이지만 큰 도약이다. 물론 내의 티셔츠가 아닌 아우터로 입는 티셔츠로 잘 구별하여 사야 한다. 그것보다 창피한 일은 찾기 어려우니 말이다.
*책으로 발간을 하더라도 넣지 못할 여담.
위에 언급한 4개의 회사는 Jockey를 제외 지금도 건재하다.(Jocey의 온라인사이트에 상품 부재 및 오프라인 매장을 찾을 수 없었다.) 이들은 당연하게도 티셔츠를 팔고 있는데 Sunspel - 80파운드(약 12.5만원), Hanes - $7~$22, Fruit of The Loom - $8.5이다. Sunspel이 압도적으로 비싸지만 입어보면 ‘이래서 티셔츠계의 명품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긴 한다. 이런 옷이 진짜 명품이다. 로고 크게 박는 것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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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FEB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