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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자의 옷장 Aug 18. 2023

트렌치코트(Trench Coat) 쉽게 읽기

트렌치코트의 역사

  트렌치코트(Trench Coat)는 이제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의복이다. 아마 남성복 중 마케팅적으로든, 어떠한 방식으로든 가장 성공한 의복이 아닌가 싶다. 트렌치코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트렌치코트를 보여주고 ‘이것이 트렌치코트이다.’라고 설명한다면 ‘이게 트렌치 코트였어?’라고 말할 만큼 대중화된 디자인이지 않나싶다. 더하여 이제는 트렌치코트의 역사에 대해 적는 것이 조금은 창피할 만큼 많이 퍼지고 널리 알려져 있지만, 트렌치코트 자신이 갖고 있는 디테일들과 본질은 잘 알려지지 않고 많은 디자인적 변화를 거쳐 판매되다보니 한 번은 다시 짚고 가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태어나기는 남성의 의복이지만 현재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트렌치코트이기에 이 이야기는 더욱이 조심스럽고 정확하게 후대에 전달되어야 한다 생각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나중에는 트렌치코트의 이미지만 가진, 가을을 위한 더블 코트로만 존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는 군인, 출처 : wikipedia
트렌치코트를 입은 참호 속 영국군(1914), 출처 : www.gloverall.com/blogs/journal/the-history-of-the-trench-coat


  트렌치코트는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제1차 세계대전을 통하여 탄생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의 참혹함은 참호에서 오게 되는데, 이 지옥과도 같던 참호에서 군인들의 몸을 지켜주던 것이 바로 참호(Trench), 즉 영문 그대로의 참호코트, 트렌치코트이다. 트렌치코트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의 장교들을 위해 보급이 되었던 의복이다. 제1차 세계대전은 진흙과 오물이 가득한 참호 속에서 이루어지고, 참호 속에서 공성(?)하며 살아가야 했기 때문에 위생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조금이라도 위생을 높일 수 있는 방수는 상당히 중요했다고 생각된다. 트렌치코트는 그런 면에서 아주 우수한 의복이었다. 바로 방수였기 때문이다. 이 방수는 일전에 이야기했던 맥과는 다른 방향성을 지닌 방수소재였는데, 이는 존 에마리(John Emary)의 방수원단과 토마스 버버리(Thomas Burberry), 우리가 전부 알고 있고 현재 트렌치코트의 대명사인 버버리(Burberry)라는 회사를 만든 사람의 발명품인 개버딘(Gabardine)이라는 천 덕분이었다. 사실 트렌치코트의 이야기를 하기 위하여 버버리와 개버딘의 이야기는 필수이지만, 많이들 놓쳐 설명되는 것이 아쿠아스쿠텀(Aquascutum)이라는 회사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이 두 회사의 이야기와 트렌치코트의 이야기를 시간 순서대로 이어나가보겠다.


존 에마리(John Emary), 출처 : http://www.aquascutum.kr/about/
토마스 버버리(Thomas Burberry), 출처 : wikipedia
버버리의 타이로켄 코트, 출처 : https://www.wip-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6786


  버버리와 아쿠아스쿠텀 모두 트렌치코트를 발명했다고 주장한다. 이 둘의 이러한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1800년대로 돌아가 두 가지 전쟁을 먼저 알아봐야한다. 처음으로는 크림전쟁(Crimean War)이다. 크림전쟁은 1853년부터 1856년까지 일어난 전쟁이다. 아쿠아스쿠텀은 1851년 재단사였기도 했던 존 에마리에 의해 영국 런던 리젠트 거리에 설립되었고 존 에마리는 1853년 양모로 된 방수 원단의 생산을 성공하고 이를 통하여 특허를 받았다. 그는 크림전쟁에 영국 장교들을 위하여 이 원단으로 만들어진 코트를 제공하였고, 제1차, 2차 세계대전에서도 이 원단으로 만들어진 코트를 제공하였다. 아쿠아스쿠텀은 1850년대 초에 이미 자신들은 트렌치코트의 기초가 된 디자인을 사용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두 번째로는 보어전쟁(Boer War)이다. 보어전쟁은 1899년부터 1902년까지 일어난 전쟁이다. 이때는 아쿠아스쿠텀이 아닌 버버리의 코트가 등장한다. 토마스 버버리의 버버리는 아쿠아스쿠텀보다 역사가 짧다. 그는 원단을 취급하던 드레이퍼(Draper)의 견습생이었으며 1856년 영국 햄프셔의 베이싱스토크에 버버리를 설립하였다. 그는 1879년 버버리를 세계적으로 우뚝 세우는 데에 혁혁한 공로를 새운 ‘개버딘’ 이라는 방수원단을 발명하고 1888년 특허를 받게 된다. 보어전쟁에서는 그의 타이로켄(Tieloken)이라는 코트를 영국군에 납품하게 되는데 이는 트렌치코트의 전신이라고 불리어진다. 타이로켄의 특징으로는 앞을 여미는 단추가 존재하지 않으며 벨트로만 유지된다는 점이고, 트렌치코트와는 달리 소매에 스트랩이 존재하지 않는 다는 점이 있다. 보어전쟁 이후 영국은 인류역사상 최악의 전쟁 중 하나인 제1차 세계대전에 참여하게 된다. 이 전쟁에서 아쿠아스쿠텀과 버버리의 코트 모두 입히게 되며, 현재 알려진 트렌치코트의 원형이 탄생하게 된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이 두 브랜드 모두 트렌치코트의 시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출처 : http://www.aquascutum.kr/about/


버버리의 트렌치코트, 출처 : https://www.moneys.co.kr/news/mwView.php?no=2019021417068016049


  트렌치코트는 전 병사들을 위해 제공되지 않았으며, 장교들을 위한 코트로 입혀졌다. 그리고 많은 디테일들이 존재한다. 일단은 역시나 군복이기 때문에 어깨에 계급장을 달 수 있는 견장이 존재한다. 특히 장교들에게 중요한 디테일이다. 그리고 벨트에는 D링이 존재하는데, D링에는 탄약주머니나 검, 권총 혹은 쌍안경을 걸 수 있는 디테일이었다. 어깨에도 재밌는 디테일하나 존재하는데 그것은 건 플랩(Gun Flap) 혹은 스톰 플랩(Storm Flap)이라고 불리우는 것이다. 이는 오른쪽 어깨 전면부, 즉 소총이 견착되는 부분에 천을 한 장 덧댄 디테일인데, 소총을 쏘면서 반동을 줄여주기 위한 것이고 스톰 플랩으로 불리우는 이유는 비로부터 조금이라도 더 막아주는 이유기도 하다. 스톰 플랩같은 디테일은 등에도 있다. 등에는 레인실드가 존재한다. 또한 타이로켄과는 달리 손목에 스트랩이 들어가 있는 것도 하나의 특징이며  칼라(Collar)에는 후크 앤 아이(Hook and Eye)라 불리우는 작은 금속 클립이 존재하는데 이는 칼라가 목에 꼭 맞게 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지금은 샌드(Sand)가 메인 색이지만 사실 처음에 군인들에게는 카키색이 입혀졌다.



버버리 트렌치 코트의 디테일, 출처 : https://www.wip-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6786
버버리의 전쟁 장비 광고(1917), 타이로켄과 블루와 카키라는 단어를 확인 가능하다., 출처 : wikipedia(France)

  제1차 세계대전에 탄생하게 된 이 코트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도 입히게 된다. 전쟁 후 장교들은 이 의복을 사회로 들고 나왔고, 전쟁터가 아닌 사회에서 자신의 몸을 트렌치코트와 함께 지켜나가기 시작했다. 이 의복은 사회에서 일반인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었으며 시장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여담으로 이 의복은 인기가 많아 전쟁 중에도 Illustrated London News에 버버리 트렌치코트가 남녀 모두에게 판매된다는 광고가 실렸다고 한다. 더 나아가 할리우드에 명배우들이 이 의복을 입고 소위 ‘대박 영화’를 찍게 되면서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중 유명한 영화로는 1942년에 개봉한 “그대의 눈동자에 건배”라는 희대의 명대사를 남긴 ‘카사블랑카(Casablanca)’가 있다. 주인공인 험프리 보가트(Humphrey Bogart)는 트렌치코트를 입고 멋진 연기를 펼치고 1944년 아카데미에서 남우주연상을 받게 된다. 이 영화 외에도 험프리 보가트는 1941년 개봉한 ‘말타의 매(The Maltese Falcon)’에서 탐정 역할을 맡으며 트렌치코트를 유행시켰다. 험프리 보가트 외에도 수많은 배우들과 배역들이 트렌치코트를 입으며 이 옷은 더 이상 전쟁 의복이 아닌 하나의 아이콘으로 글로벌하게 자리 잡았다.


카사블랑카에서의 험프리 보가트, 출처 : https://www.oscars.org/search/site/casablanca/?


  트렌치코트를 입는 방식은 스타일도 좋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인류의 아픈 역사와 전쟁중 남성들의 삶을 이해하며 입으면 더욱이 좋지 않나싶다. ‘결코 가볍게 입힐 옷은 아니지 않나?’라는 것이 나의 의견이다. 결국에 글로벌한 유행을 시킨 것은 할리우드의 힘이지만, 탄생과 본질은 어딘지도 모르는 지역에 던져져, 열악한 환경과 공포스러우며 괴로운 현실에서 죽임과 죽음을 당해야만 했던 최전선으로 내몰린 남성들을 지켜주던, 따뜻하게 품어주던 그런 의복이니까 말이다. 나는 트렌치코트를 꺼낼 때면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그들과 같을 수는 절대 없고 그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도 없겠지만, 과거에 남성들을 고통에서 보듬어 줬듯, 비슷하게라도 나를 이 날씨와 사회에서 보듬어 주기를.’


국왕 에드워드 7세와 로얄 워런트, 출처 : http://www.aquascutum.kr/about/
아쿠아스쿠텀의 첫번째 왕실 보증서, 출처 : wikipedia


*여담 : 영국 왕실의 역사를 보게 되면 현재의 단어로 이야기 했을 때 ‘패션 리더’가 몇몇 존재한다. 그중 유명한 인물 중 에드워드 7세가 있다. 그는 아쿠아스쿠텀 그리고 버버리와 재미난 이야기를 갖고 있는데, 아쿠아스쿠텀의 일화는, 그는 아쿠아스쿠텀에 의복을 주문해 입으며 아쿠아스쿠텀은 1853년 로얄 워런트를 받았으며, 이후 6번 더 받게 된다. 또한 1897년 왕실보증서도 받게 된다. 버버리와의 일화는 그가 “Bring my Burberry.”라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이것이 ‘버버리 코트’라는 대명사를 만들어내게 된 계기라는 이야기가 있다.


**여담 : 버버리와 달리 아쿠아스쿠텀은 여기저기 사고 팔리고를 반복하여 현재 Jining Ruyi Investment Co의 자회사인 Trinity라는 홍콩회사에서 독점라이센스와 독점권을 갖고있다.


아쿠아스쿠텀 트렌치코트, 출처: https://www.bbc.com/news/uk-england-29033055


***수정1(19AUG2023) : 글 게재 전 최종적으로 레퍼런스와 데이터 비교하며 최종 수정 시, 후크 앤 아이 설명에 위와 같은 이미지로 도출해낸 추정 데이터를 적었지만 정확한(믿을만한) 글 레퍼런스를 찾을 수 없어 게재 전 최종 수정에 해당 문단 삭제 및 수정 진행, 그에 따라 삭제에 누락 된 부분이 있어 “아쿠아스쿠텀은 단추로 되어있었다.”부분 삭제. 정확한 정보전달에 있어 차질을 드림에 죄송의 말씀을 전합니다.



* 이 글 등 패션 알려주는 남자, 남자의 옷장으로 적히는 모든 글의 저작권 및 아이디어는 패션 알려주는 남자, 남자의 옷장 본인에게 있습니다.


18AUG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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