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FW, 진정한 영국 남성복의 패션계로의 귀환
*글 중반부 쇼에 관련한 링크 첨부하였습니다.
남성복의 24FW시즌이 끝난 지 몇주가 흘렀다.
이번 남성복 시즌을 본 사람들은 이 흥미롭고 아름다우며 완성도가 가장 높은 쇼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쇼에 대해 가장 전문성 있고 믿을 수 있는 영국의 클래식 남성복 전문 저널인 더 레이크(The Rake)에서도 다뤘으니 이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의 의심 여지가 없고, 더욱이 그렇기에 이 쇼는 회자 되어야 한다.
혹자들은 젊을 적 이브 생로랑(Yevs Saint Laurent)을 보는 것 같다는 생로랑(Saint Laurent)의 쇼를 최고로 칠 수도 있겠지만, 클래식 남성복에 입각하고 있는 필자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물론 이브 생로랑의 위대함은 절대 무시하지 않으며 존경한다.-
생로랑의 쇼는 이브 생로랑이라는 위대한 인물을 떠올리고 배경지식이 있어야 이해가 편하다.
그러나 사이먼 홀로웨이(Simon Holloway)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이끄는 첫 시즌의 던힐(Dunhill 혹은 Alfred Dunhill)은 달랐다.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영국식 클래식 의복’이라는 인지만 있다면 ‘진정한 영국식 남성복은 이런 것’이라는 것을 단번에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는 남성복에 있어, 이번 시즌의 최고의 쇼였음에 분명하다.
10년간, 혹은 그 이상 패션계에서 진정한 남성복을 찾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머릿속에 남은 쇼는 2010년대 초 이탈리아의 에르메네질도 제냐(Ermenegildo Zegna)와 2010년대 중 영국의 기브스 앤 호크스(Gieves & Hawkes, 새빌로에 위치한 영국 유명 테일러샵) 이었던 것 같다.
지금이 2024년이니 참 오랜 시간동안 패션계는 진정한 남성복없이 지나갔다.
그러므로 패션계에서 목마름을 풀어주는 이 쇼가 필자에게 귀하게 느껴짐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사실 남성복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수트라고 하더라도 브랜드들에 의해 변화가 많이 되며 지역적 특색에서 나오는 오리지날리티를 알려주는 회사는 존재하긴 하지만, 이들은 패션위크-패션쇼-에 등장하지 않으며 국내에 이런 회사들은 수입되지 않거나 백화점에 입점되어 있지 않기에 일반인들에게 접근성이 떨어진다.
-물론 현재 한국에는 던힐이 철수한 상황이지만, 공식 온라인 쇼핑몰은 살아있다. 24FW가 나오기 이전 오프라인에도 다시 돌아와 한국에 이것을 소개해주기를 바라는 바이다.-
브랜드가 주는 접근성은 소비자들의 인식을 증진시키는데 무척 중요하며, 이를 브랜드 입장에서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려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번 던힐의 쇼는 이 모든 것을 충족한 쇼이다.
혹자들은 ‘너무 포멀(formal)하고 재미없다.’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 쇼는 사실 포멀부터 캐쥬얼, 공식석상부터 일상 그리고 일상의 아웃도어까지의 영국 클래식 의복을, 그리고 입는 법을 광범위하게 다룬 쇼이다.
이에 대한 더 자세한 해석에 대한 내용과 디테일에 관한 이야기는 The Rake에서 확인하는 것을 추천드린다.
https://therake.com/stories/triumphant-debut-simon-holloway-dunhill-returns-london-fashion-week
쇼의 전반적 설명은 공식 홈페이지(공식 홈페이지에 적힌 '자동차'라는 부분은 위의 The Rake의 글을 통하여 해소)
https://www.dunhill.com/kr/fashionshow/look/aw24-lookbook_section
위 링크에 적힌 글 이외의 것을 두 가지 말하고 싶다.
사실 이는 필자가 현 남성복에 가장 목마른 것들이기도 하다.
첫째는 ‘모자’의 존재이다.
모자는 남성복 역사에 있어 아주 중요하게 작용했고 양말을 신듯 아주 당연하게 머리에 씌워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현대에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타이로켄(필자의 글 <트렌치코트 쉽게 읽기> 참고) 위에 얹어진 페도라에 필자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남성의 모자가 다시 돌아올 수도 있을 거란 그런 희망 말이다
클래식 의복이 당연히 이해되고 입히는 세상에 함께 얹혀진 모자를 무척이나 보고싶고 또 쓰고 싶은 마음이다.
둘째는 신발이다.
이번 쇼를 보면 알버트 슬리퍼(The Albert slipper, 자수가 들어간 벨벳 슬리퍼(뒷꿈치가 있는 로퍼의 형태)의 형태가 가장 애용(쇼에서도 동일), 디너파티(집에서 열리는)에 디너 재킷과 함께 잘 어우러진다.)가 가장 자주 보이며 이는 전통적인 방법과 캐쥬얼한 방법 두가지로 소개된다.
한국에서는 잘 신기지 않지만, 이는 상당히 중요한 신발이다.-쇼에는 보이지 않지만 ‘오페라 펌프(Opera Pumps)’ 또한 소개되었으면 어땠을까 한다.-
이것이 전 세계로 소개되었다는 것과 입는 규율이 정확히 보였다는 것은 상당히 감사한 일이다.
더 나아가 이 쇼에서는 알버트 슬리퍼뿐 아니라 옥스포드, 테슬로퍼, 하이킹 부츠, 몽크가 보이는데 이 또한 남성들이 클래식한 이것들을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신어야 하는지에 관한 아주 친절한 설명서임에 틀림없다.
거의 1달이 지났지만 패션위크-패션쇼-에 진정한 남성복을 다시 만났다는 것에 많은 감동을 느끼고 있다.
또한 25SS에는 도대체 무엇을 보여줄지 궁금하기도 하다.
이제는 보지 않던 패션위크들을, 던힐이라는 브랜드 단 하나 덕분에 또 기웃거리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이번 쇼를 이끈 사이먼 홀로웨이에게 다시금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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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MAR2024